정치인들은 정치적 돌파구 마련이 필요할 때는 개헌 카드를 꺼내들고, 주도권을 쥔 상황에선 논의를 회피하는 모습이다.
지난 대선 때는 이 대표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개헌에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2022년 2월25일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 분야 방송토론회에서 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윤석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토론회에서 심 후보의 개헌 제안에 윤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
◆이재명 “내란 종식이 우선”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는 여야를 불문하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말이 적용된다.
이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전날 조기 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같이 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은 논쟁 여지가 커서 실제로 결과는 못 내면서 논쟁만 격화되는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각 대선후보가 국민께 약속하고 대선이 끝난 후 최대한 신속하게 개헌을 공약대로 하면 될 듯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왼쪽은 김민석 최고위원, 오른쪽은 박찬대 원내대표. 이재문 기자 |
친명(친이재명)계도 일제히 “불법 계엄으로 인한 내란을 빨리 종식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거들었다.
상대방을 척결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앞세우는 건 권력이 칼을 휘두를 때마다 내세우는 명분이었다. 문재인정부 초기에는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보수 세력 척결에 나섰고, 윤석열정부에선 ‘국가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진보 세력 축출을 진행했다.
◆尹도 3년 전에는 소극적, 탄핵 국면에서야 제안
3년 전 개헌에 소극적이었던 국민의힘은 지금은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안을 국민 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TV토론에서 개헌 논의를 적극 띄우며 각 당 후보에게 당선 시 이행할 것을 약속하라고 압박하자 개헌 대신 ‘분권형 대통령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책임총리제 등을 실시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것이었다.
윤 전 대통령이 개헌을 제시한 건 지난 2월25일 헌법재판소의 최후 심판에서였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거나 선두주자를 뒤쫓고 있을 때 개헌 카드를 내거는 건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는 정치권의 패턴으로 평가된다.
현재 국민의힘과 민주당 비명계는 개헌 논의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조기대선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느냐 마느냐를 가늠짓는 선거다. 개헌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관문이 될 것”이라며 “우원식 의장의 ‘대선∙개헌 동시투표’ 제안에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전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지지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
민주당 김두관 전 의원은 이날 민주당 주자 중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제7공화국을 여는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한민국의 대전환, 국가 대개혁을 위해 분권형 4년 중임제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력주자가 부정적인 상황에선 또다시 변죽만 울리다가 다른 이슈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국혁신당도 “개헌 국민투표는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대선일 동시 투표에 반대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일은 오는 6월 3일(화요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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