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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고딩이라 아무것도 몰라요”...한국 기밀 찍어가려던 수상한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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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사진찍고, 드론 날리고
잇단 중국인 안보 관련 범죄
조사해봐도 “대공혐의 없음”
北관련성 있어야 간첩죄 적용
처벌대상 확대 필요성 제기돼

작년 해외 기술유출 27건 중
중국서 75% 검거…비중 최대
중국은 반간첩법으로 韓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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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인기 DJI.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AFP = 연합뉴스]


# 지난달 21일 경기도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부근에서 중국인 A씨 등 2명은 전투기를 무단으로 촬영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로, 사건 발생 3일 전 관광비자로 입국했다. 이들이 소지한 DSLR 카메라와 스마트폰에서는 전투기 사진이 다수 발견됐다.

# 지난해 11월 9일 40대 중국인 B씨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릉에서 드론을 띄워 국가정보원 건물을 촬영하다가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B씨는 촬영 당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렌터카를 빌려 헌인릉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세계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아 헌인릉을 촬영한 것”이라며 범죄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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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DB]


최근 국내에서 중국 국적 외국인의 안보 관련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안보 체계상 ‘구멍’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익을 저해하는 행위를 적발해도 이를 마땅히 처벌할 수 있는 규정조차 없어 한국이 인접 국가의 기밀·기술 유출 시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그대로인 간첩죄를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국익을 좌우하는 기밀이나 산업 안보를 지켜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군사기지·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중국인 A씨 등 2명을 형사 입건하고, 출국 정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비행기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A씨 등의 진술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A씨 등이 수원 공군기지 외에 다른 군사시설이나 공항·항만 등 국가중요시설에서 범행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A씨 등에 대해 경찰이 대공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한 간첩죄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국정원을 촬영한 중국인에게 적용된 혐의도 군사기지법·문화유산법 위반에 그쳤다. 지난달 12일 정부세종청사를 드론으로 촬영한 30대 중국인 C씨 역시 과태료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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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중국인의 국내 보안시설 무단 촬영에도 불구하고 이를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첩죄를 규정한 현행 형법 98조는 처벌 대상을 ‘적국을 위해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 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적국’의 범위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북한으로 한정된다. 이 때문에 북한 외 국가나 단체를 위한 간첩 행위에 대해선 처벌할 수 없다.

간첩죄 대신 적용되는 혐의들은 처벌 규정이 상대적으로 가볍다. 간첩죄 형량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돼 있다. 반면 군사기지나 군사시설을 촬영해 군사기지법을 위반한 경우 내려지는 처벌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친다. 이 밖에 문화유산법 위반, 항공안전법 위반 등도 대부분 처벌은 수백만 원대 벌금형에 그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간첩죄에 관한 현행 형법 98조는 처벌 대상을 적국, 즉 북한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공 혐의점은 북한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군사기지나 국가보안시설을 무단 촬영하는 중국인을 수사해도 대공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간첩 처벌을 두고 한국이 법적 허점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사이 중국은 2023년 7월부터 개정된 ‘반간첩법’을 통해 간첩 행위의 정의를 확대하고 법 적용 범위를 대폭 늘렸다. 특히 간첩 행위를 규정하는 기준이 모호해 국제사회에서는 공산당의 입맛에 따라 간첩죄를 휘두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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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한국대사관 [사진 = 연합뉴스]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를 두고 주중한국대사관은 중국을 방문하는 국민에게 반간첩법 관련 유의 사항을 안내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이 반간첩법을 엄격하게 들이밀면 한국 관광객이 중국에서 스마트폰·노트북으로 중국 보안시설과 관련해 인터넷 검색을 하는 행위조차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한 해외 기술 유출 범죄는 총 27건으로, 국가수사본부 출범 이후 역대 최다였다. 특히 중국으로 유출된 건수가 전체 27건 가운데 20건으로 약 75%에 달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국가핵심기술 유출 범죄만 지난해 11건에 달했다. 국가핵심기술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등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커 해외로 유출되면 국가안보와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특별히 지정된 산업 기술을 말한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은 2021년 1건에 불과했고 2022년 4건, 2023년 2건이 적발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1건에 달했다.

일례로 지난해 9월 경찰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모 화학 업체의 영업 비밀을 촬영해 외국 업체와의 기술이전 계약에 사용한 범죄 일당을 적발했다. 또 이들이 보유한 자동차·예금·주식 등 20억원이 넘는 수익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모 업체의 게임 소스 코드를 전자우편으로 유출해 부정 사용한 피의자들을 적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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