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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기다림 끝에 나온 ‘승부’...드디어 첫선을 보이다 [MK★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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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에게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은 더 이상 칭찬이 되지 못한다.

연기를 잘한다는 전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된 지 너무나도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는 어떠한 반전도 없이 영화 ‘승부’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바둑에서 유래해 매우 뛰어나고 기묘한 수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 ‘신의 한 수’.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 ‘승부’에서의 ‘신의 한 수’는 두말할 나위 없이 조훈현 국수의 모습을 영화 속에 담아낸 이병헌 그 자체였다.

매일경제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바둑계의 전설 조훈현 국수와 이창호 국수의 유명한 일화를 다룬 ‘승부’는 예정대로 였으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또 다른 주연배우 유아인이 마약 투양 혐의로 인해 빛을 보지 못했던 작품이었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4년 만에 OTT가 아닌 극장 개봉이 확정된 ‘승부’에 대해 이병헌은 “워낙 극장의 팬이다 보니, 이 작품을 극장에서 첫선을 보일 수 있음에 신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개봉을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저보다 먼저 걱정이 됐던 건 김형주 감독님이었어요. ‘보완관’을 찍고 오랜만에 영화를 준비하고 정성스럽게 찍었는데, 이게 관객에게 전달이 안 된다면…감독만큼 힘든 사람이 있을까 싶었죠. 그래도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어요. 모두가 함께 정성껏 만든 것을 보여줄 수 있음에 감사했죠. 2시간가량의 결과물을 큰 스크린을 통해 디테일한 감정과 사운드를 전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든 사람으로서 뿌듯했습니다.”

‘유아인’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있었음에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만들어 낸 긴장감과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안정적으로 끌어낸 연출까지, 리스크를 넘어 호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며 좋은 소식을 이어가고 있는 ‘승부’에 이병헌은 “시간이 지나고 영화를 보니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라. 사람들이 좋아할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저 또한 재미있었다. 영화 속에서 기쁘고 슬퍼야 하는 감정들이 다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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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국수를 연기한 이병헌이지만, 정작 그는 바둑을 잘 모른다. ‘바둑’ 알지 못하면서도 그가 ‘승부’를 하겠다고 결심한 건 바로 ‘실화’가 전해주는 이야기의 힘에 매료됐기 때문이었다.

“처음 ‘승부’의 시나리오와 다큐멘터리를 같이 봤어요. 보는데 상황이 너무 재밌었고, 바로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기 집에서 먹이고 재우고 가르쳤던 아이가 성장해서 결승에 붙었다는 점부터, 둘이서 대국장을 향하는 묘한 분위기와 생각지도 못하게 패배하고 왔는데 돌아올 때 두 사람의 대화 없이 터덜터덜 돌아오는 뒷모습 등 이러한 과정들이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도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묘한 감정, 두 사람을 매일 상대해야 하는 부인의 입장이 드라마틱 하다고 느꼈죠.”

이병헌은 드라마 ‘올인’에 이어 ‘승부’로 ‘실존 인물’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올인’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김인하 역은 대한민국의 프로 바둑기사이자 프로 포커 플레이어인 차민수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 재미있는 지점은 이병헌이 ‘올인’에서 연기한 차민수와 ‘승부’에서 연기한 조훈현은 실제로도 친한 사이라는 점이다.

“조훈현 국수님을 만나 차민수 씨와 친하냐고 물었더니, 어릴 때부터 절친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묘한 인연’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분은 겜블러로서, 또 한 명은 바둑의 제왕으로서 유명한 이의 인생을 ‘긴 텀’을 두고 연기한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창조된 ‘픽션’의 이야기를 가지고 연기를 할 때는 자유로운 반면,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 많은 것들이 왜곡 되거나 거짓으로 만들어지면 지탄 받을 수 있다 보니 조심하는 지점이 있어요. 실존인물을 연기할 때는 최대한 비슷하게, ‘그분이라면 이런 감정이었을 거야’를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연기를 했어요. 장단은 있어요. 실존이 있을 경우, 앞서 말한 것처럼 연기에 제한이 있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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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조훈현 국수와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이병헌은 “사실 그날 오실 줄 몰랐고, 어떻게 보실까 궁금했다”고 털어놓았다.

“일단 영화를 재밌게 말씀해 주셨다고 전해 들었어요. 영화가 바둑 영화다 보니 ‘액션’이 들어갈 수 없잖아요. 스포츠 영화라면 비주얼 적으로 보이다 보니 ‘흥미’를 줄만한 요인이 있을수도 있지만, 바둑은 정적이잖아요. 조훈현 국수님께서 ‘바둑’을 소재로 어떻게 영화를 만들지, 대국 중 드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어떻게 전할지 궁금하고 걱정도 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생각보다 바둑을 둘 때의 심리나 감정들이 잘 표현이 돼서 놀라웠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다만 ‘나는 이창호 구단을 그렇게 야단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스승은 제자에게 하나 하나를 가르치기보다는 길잡이가 되 줄 뿐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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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바둑’을 모르는 이병헌에게 바둑의 돌을 두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해준 의외의 조력자가 있었다. 바로 그의 아들이었다. 집에서 아들과 바둑 대신 오목을 두면서 돌을 두는 감각을 익혀나갔다고.

“바둑판 위에 돌을 놓는다든지, 경기가 끝나고 치우는 모습을 돌을 놓는 등 바둑을 두는 법에 대해 레슨을 받았어요. 레슨을 받고 나면 집에서 아들과 오목을 두면서 감각을 익혔죠. 저는 오목을 두든 바둑을 두든 돌을 놓는 손 모양과 걷어가는 손 모양이 중요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연습을 했죠. 아들의 협조요? 자기 나름대로 스케줄이 있거나, 하고 싶은 다른 것이 있을 경우에는 아들 대신 이민정씨가 와서 대신 상대해 주기도 했어요. 혼자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이병헌은 전설의 대국을 기억하는 장인이 보여준 영화의 반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영화 촬영 중 장인과 직접 바둑을 두었다고 말한 이병헌은 “영화를 보고 너무 잘 봤다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장인어른은 그때 당시 장소와 시대적 배경을 너무나 잘 아셔요. 워낙 바둑 팬이시고, 영화를 보니 장소뿐 아니라 미술까지도 너무 신경을 써서 했다며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아내의 반응 또한 보고 슬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 때문에 슬펐는지 알고 어디서 슬펐냐고 물었더니 ‘이창호가 떠나갈 때 슬펐다’고 하더라고요. 뭐 그래도 거기까지 가는 데 제가 한몫하지 않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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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이와 함께 이병헌은 어린 이창호를 연기하며 호흡을 맞췄던 김강훈의 연기에 대한 극찬도 잊지 않았다.

“연기할 때 제가 크게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어’라고 하는 건 없었어요. 다만 그 친구가 함께 홍보도 하면 좋겠는데, 어느덧 자라서 지금은 저보다 크더라고요. 사실 키가 큰 건 상관이 없는데, 너무 자라서 영화와의 괴리감을 느낄까 싶더라고요. 지금 영화를 보면 꼬마인데, 영화를 보고 그 친구가 무대인사를 나왔는데 나보다 크면 ‘이거 20년 전 영화야?’ 이럴 수 있겠더라고요.”

이병헌이 생각한 ‘승부’에서의 결정적 순간은 어디일까. 이에 대해 이병헌은 조훈현 국수가 이창호 국수에게 처음 패배했던 순간을 꼽았다.

“이창호 국수와 만나서 결승전을 치르고, 막바지에서 ‘안 되나’라고 말하는 순간이 있어요. 그 대사를 할 때 실제 조훈현 국수의 심정이 어땠을지 싶더라고요. 말못할 감정이라고 느꼈고, 이러한 감정을 관객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하산해도 될 거 같습니다’라고 인터뷰를 한 뒤, 혼자 비를 맞으면서 당황스러운 감정으로 먼 하늘을 바라볼 때의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들을 몇 차례 또 한 번 더 봐달라고 하기도 했고, 며칠 있다가 그거 다시 찍으면 안 되느냐,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었죠. 감독님께서는 ‘충분히 좋았다’고 하셨지만, 과연 내가 그 감정을 표현했을까에 대한 걱정에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더라고요.”

‘연기의 신’ 혹은 ‘연기 국수’에 대한 호평에 “나는 잔치국수”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인 이병헌은 ‘승부’를 통해 조훈현 국수의 외면과 내면을 완벽하게 그려냈음에도 여전히 연기를 향한 고민의 양은 똑같다고 고백했다.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과 지점이 어떤 작품이든 다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작품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지’에 대한 고민의 연속이었다면, 지금은 오랜 시간 연기를 해 왔음에도 ‘누워서 떡 먹기지’는 아닌 것 같아요. 일각에서는 연기가 쉽겠다고 하시는데, 깊이와 종류가 다를 뿐이지 늘 쉽지 않아요. 시간이 갈수록 이전에는 안 했을 부분의 고민을 하는 거 같아요. 고민의 양은 언제나 늘 같습니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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