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탑픽]
서학개미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인한 주가 폭락 직전에 미국 증시에서 5억달러가 넘는 순매수를 보였다.
순매수 종목이 반도체주 및 나스닥100지수 3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낙폭이 큰 종목들이라 서학개미들은 곡소리가 날 정도로 손실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 순매수·S&P500지수 추이/그래픽=윤선정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장 마감 후 충격적인 수준의 상호관세를 발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에 패닉 셀(공황성 매도)이 몰아 닥치기 직전까지 미국 증시에서 매수 우위를 이어간 것이다. 상호관세가 발표된 뒤 지난 3~4일 이틀 동안 S&P500지수는 10.5%, 나스닥지수는 11.4% 폭락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해 12월 말 증시가 사상최고가 부근일 때부터 미국 증시에서 14주 연속 매수 우위를 지속하며 이 기간 동안 총 111억9979만달러를 순매수했다. 그만큼 최근의 증시 추락으로 손실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서학개미들이 지난 3월27일부터 4월2일 사이에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였다. 이 기간 동안 SOXL은 2억4871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SOXL은 서학개미들이 이같이 대거 순매수한 직후인 지난 3~4일 이틀간 46.3% 폭락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서학개미들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 ETF(QLD)도 각각 8211만달러와 1417만달러씩 순매수했다. TQQQ와 QLD는 지난 3~4일 이틀간 31.4%와 21.6% 하락했다.
지난 3월27일부터 4월2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 3~4위는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차지하며 각각 6009만달러와 4351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지난 3~4일 2일간 엔비디아는 14.6%, 테슬라는 15.3% 급락했다.
3월27일~4월2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윤선정 |
지난해 강세장 때 서학개미들의 외면을 받았던 알파벳 클래스 A도 1304만달러 순매수됐다. 알파벳 클래스 A는 지난 3~4일 2일간 7.3% 하락했다. 알파벳 클래스 A는 지난 2월4일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 206.38달러에서 지난 4일 145.60달러까지 30% 가까이 추락했다.
싱가포르의 전자상거래 및 온라인 금융,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씨 Ltd ADR(미국 주식예탁증서)이 2505만달러의 매수 우위로 이례적으로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주와 금에도 투자했다.
서학개미들은 나스닥100지수 내 고배당주에 투자하되 나스닥100지수의 콜옵션을 매도해 주가 하락시 손실폭을 제한한 JP모간 나스닥100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 ETF(JEPQ)를 2237만달러 순매수했다. 고배당 기업에 투자하는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D)에 대해서도 2088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라고 여겨졌던 JEPQ와 SCHD도 지난 3~4일 2일간 10% 안팎의 하락률을 보이며 패닉 셀의 소나기에서 피해가지 못했다.
금 현물에 투자하는 SPDR 골드 셰어즈 ETF(GLD)는 1985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였다.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는 GLD조차 지난 3~4일 사이에 2.9% 하락했다.
3월27일~4월2일 서학개미 순매도 상위 종목/그래픽=윤선정 |
지난 3월27일~4월2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미국의 장기 국채들로 구성된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불 3배 ETF(TMF)였다.
TMF는 최근 상호관세를 둘러싼 불안감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국채수익률이 하락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국채수익률은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서학개미들은 TMF를 3515만달러 순매도했다.
이어 애플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유명한 노보 노디스크 ADR을 각각 1693만달러와 1347만달러씩 순매도했다. 비트코인 자산을 세계 최대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레티지)에 대해서도 1222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최근 반도체주 폭락으로 잭팟을 터트린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는 차익 실현으로 846만달러 순매도됐다. SOXS는 ICE 반도체주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추종한다.
일부 서학개미들이 테슬라의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가 763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낸 것도 눈에 띈다. 테슬라 주가가 약세를 지속하자 손절매 물량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TSLL은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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