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사진|연합뉴스] |
한국 경제를 불확실성으로 몰아넣은 탄핵정국이 일단락됐다.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다. 문제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이다. 성장률 전망치는 뚝 떨어졌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극도로 심해졌다.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출렁인 원‧달러 환율은 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탄핵정국은 끝났지만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하다는 거다.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 침체의 늪 = 무엇보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2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던 한국은행은 올해 2월 전망치를 1.5%로 낮춰잡았다. 성장률 전망치를 1년 만에 0.8%포인트 하향조정한 셈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집권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감안해도 낮은 전망치다.
앞으로의 방향성은 더 걱정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세 전쟁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에 대응할 리더가 없다는 점이다. 60여일 후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한다고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하루가 다르게 거칠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베트남과 이스라엘 등도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맞서든,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추든 각국 정상의 리더십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거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정 공백이 발생한 우리나라는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 흔들리는 금융 = 이번엔 금융시장을 보자. 지난해 12월 2일 2454.48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는 비상계엄 선포 후 5거래일 만인 12월 9일 2360.58포인트로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같675.84포인트에서 627.01포인트로 폭락했다. 주가 지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2349조8770억원에서 2249조3340억원으로 100조5430억원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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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국내 증시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연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해 12월 9일 2360.58포인트로 최저점을 기록한 코스피지수는 올해 2월 19일 2680.70포인트로 상승했다가 3월 11일 2537.64포인트로 다시 떨어졌다. 윤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일엔 2465.42포인트를 기록하며 지난 1월 3일(2441.92포인트)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원·달러 환율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2월 2일 1460.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사태 이후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했다.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원‧달러 환율도 1461.5원으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156억 달러였던 외한보유액은 올해 1월 4110억1000만 달러로 감소했고, 2월엔 4092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4100억 달러를 밑돌았다. 원‧달러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지출한 결과였다.
■ 얼어붙은 내수 시장 = 금융만이 아니다. 실물경제도 꽁꽁 얼어붙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사람들은 지갑을 닫았고, 이는 자영업자들에게 부메랑을 날렸다. 지난해 11월 100.7을 기록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12월 88.4로 12.3포인트 급락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2022년 11월(86.6)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3월 기준 소비자심리지수는 93.4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00.7이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12월 88.2까지 하락한 이후 여전히 두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파면됐다.[사진|연합뉴스] |
특히 정권이 혼란한 틈을 타 식품기업들이 도미노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가공식품 물가가 치솟았다. 3월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3.6%을 찍었다. 이 모든 것이 비상계엄 사태의 부메랑이었다. 윤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한국 경제가 풀어야할 숙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졌을 때 한국 경제의 위기도 시작한 셈"이라며 "중요한 시기에 대통령이라는 컨트롤 타워가 사리지면서 경제정책의 방향성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에 기간별, 품목별 대응 전략을 수립해 관세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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