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장보다 137.22포인트(5.57%) 내린 2328.20로 마감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
7일 아시아 금융시장을 덮친 ‘블랙먼데이’는 예상보다 큰 미국발 관세율로 인해 전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에서 비롯됐다.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리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에 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통화정책 역시 손이 묶이면서 침체를 방어할 수 없다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발 관세 정책으로 장기적으로 글로벌 가격 인상과 경기 침체가 불가피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월가의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수(VIX)는 45포인트를 넘은 상태다. 코로나 시기인 2020년 4월을 제외하고는 45를 기록한 적은 없다.
시장 지표는 이미 ‘경기 침체’를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기침체 선행지표로 꼽히는 미 장단기금리차(10년물 국채금리-3개월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말부터 역전(-)된 상태다. 지난달 말 연 4.2%대에 머물던 10년물 금리가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의 상호·보편관세 발표 이후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하며 급락해 7일 장중 3.90%선까지 떨어졌다.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이 ‘관세’ 비용을 전가하면 물가가 상승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악화될 수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관세는 결국 어떤 방법으로든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그만큼 실질소비는 감소하게 돼 경기침체를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며 “아이폰 가격이 약 500만원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중국 등에서 보복관세로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는 것도 전세계 경기의 하방위험을 더한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로 미국 기업의 원가부담이 급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복관세로 인해 수출도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지만 트럼프 정부가 강경책을 펼치고 있고, 미국이 돈을 푸는 등의 대응을 할 여력이 없다는 것도 공포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성 금리인하를 단행했으나 이번엔 다르다. 2019년 인하 당시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2% 내외로 낮았지만, 최근엔 3% 내외로 높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시장 불안에 기름을 붓고 있다. 그는 미국 증시 폭락에도 “가끔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무역 적자 해결을 위해선 증시가 떨어져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해석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우려에 정책이 대응할 여력과 의지가 없으면 시장은 큰 폭으로 하락하는데 현재는 미국의 재정정책 의지와 통화정책 여력이 모두 약하다”고 말했다.
이번 관세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발 신용 리스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이슈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우려가 신흥국으로 확대될 여지도 있다”며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고관세 영향도 겹칠 경우 부실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과 경기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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