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확장하려는 엔지니어가 있다. 디지털 바이오 스타트업 '어그멘탈(Augmental)'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인 토마스 베가다. 그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CI) 기술에 대한 혁신적인 연구를 이어가면서 신체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첨단 보조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그가 이끌고 있는 어그멘탈의 대표 제품인 '마우스패드'는 마우스피스처럼 생긴 기기를 입안에 물고 혀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이 기술을 현실화할 때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보다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했다.
베가 대표는 이러한 사회적 영향력을 인정받아 2023년 포브스가 선정한 '사회적 영향력 부문 30세 미만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베가 대표와의 일문일답.
-어그멘탈의 탄생 과정이 궁금하다.
이후 우리 두 사람은 신체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이 보다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 어그멘탈을 설립했다.
-신체적 약자를 위한 기술 기업인가.
▷그렇다. 현재 우리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마우스패드'는 입안에 착용해 혀로 조작 가능한 터치패드라고 보면 된다. 신체 마비 등으로 손을 쓸 수 없는 사용자가 혀의 움직임만으로 스마트폰, 컴퓨터, 태블릿 등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블루투스를 통해 혀의 움직임과 제스처를 커서 움직임으로 변환해 메모 작성, 게임 플레이 등 다양한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증진시키고, 디지털 세계에 보다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혀가 손을 대신한다는 것이 놀랍다.
▷마우스패드의 개발은 보다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핸즈프리 인터페이스를 만들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학부 때부터 일찌감치 손을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왔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안구 추적, 음성 인식 등 여러 기술을 실험해 보았지만 대부분의 방식은 특정 환경에서만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등의 문제를 갖고 있었다.
뉴럴링크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최고의 BCI 기술을 경험했지만, 이 역시 여러 접근 방식에서 제한 사항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 때 신경과학 수업 중 배웠던 '호문쿨루스'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이는 인간의 신경 분포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감각과 운동 신경이 매우 많이 집중된 혀에 초점을 맞췄다.
기술적으로 보면 마우스패드는 혀끝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정전식 트랙패드를 사용한다. 또한 압력 센서와 모션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입력을 감지하며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등과 연동할 수 있다.
-사용자층이 한정적일 듯하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처음 우리는 심각한 손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그들과의 반복적인 피드백을 통해 신체적 제한이 있는 사용자들에게 잘 맞는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훨씬 더 다양한 사용자층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핸즈프리 제어가 필요한 외과의사, 엔지니어, 우주 비행사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로봇을 핸즈프리로 제어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사들은 수술 중 의료 영상을 확대하거나 회전하는 등의 조작이 필요할 때 마우스패드를 사용할 수 있다. 또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로봇을 조작하는 데 마우스패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중력에서 손을 움직이면 몸 전체가 반작용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혀를 이용한 조작이 유용할 수 있다.
-마우스패드 다음 버전이 궁금하다.
▷기존 마우스 기능을 넘어 저음량 음성 입력을 가능하게 해 키보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테면 입속 웅얼거림도 어떤 말인지 인지할 수 있게 구현함으로써 대화가 쉽지 않은 사용자의 입을 대신해주는 혁신 기술이 될 것이다. 기관지 절개술을 받았거나 폐 기능이 제한돼 음성을 통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어려운 이들이 대상이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주변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도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며 음성을 입력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포용적 기술은 왜 중요할까.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접근은 보편적 권리다. 현대 사회에서 이들 기술은 직장, 학교, 사회적 교류, 여가 활동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누구나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술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인지 방식과 행동 패턴에 맞춘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13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고, 장애인 커뮤니티는 특화된 서비스가 가장 부족한 시장 중 하나다. 기업과 투자자들이 포용적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더 생산적이고, 직장에 재통합되도록 돕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열어주는 것이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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