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장중 2400대 아래로 떨어진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가 장중 2400대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1월 2일 이후 처음이다. 뉴스1 |
7일 코스피지수는 2328.2로 장을 마감했다. 전 영업일 대비 137.22포인트(-5.57%) 감소한 수치다. 코스피는 오전 한때 5.59% 약세를 기록하며 2327.61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2643.94였던 지수는 지난주까지 7거래일 동안 180포인트 가까이 빠진 데 이어 이날 130포인트 넘게 내려 52주 최저치를 경신했다.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2조911억원이 넘는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지난 한 주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5조8625억원을 순유출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이날 하루에만 쏟아진 셈이다.
하락장은 종목을 가리지 않았다. 시가총액 상위 14개 종목 모두 내림세를 기록했다. 그나마 관세전쟁에서 자유롭다고 평가받는 방위산업 대표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8.55%)를 비롯해 SK하이닉스(-9.55%), HD현대중공업(-8.17%), KB금융(-6.95%) 등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최근 ‘6만 전자’로 복귀했던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5.17% 내린 5만3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 폭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맞서 중국이 동률 34%의 맞불 관세를 예고하면서 뉴욕 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5% 넘게 급락했다. 미국의 주요 지수 누적 낙폭은 9~11%였고, 이틀간 증발한 시가총액만 약 9600조원에 달했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2400대 아래로 떨어진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가 장중 2400대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1월 2일 이후 처음이다. 뉴스1 |
원화의 약세도 하락폭을 키웠다. 글로벌 관세전쟁이 격화 양상을 보이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와 엔화에 비해 원화가치가 떨어지며 환율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이날 달러는 장중 1470원대를 터치했다 내려왔고, 엔화는 2년 만에 100엔당 1000원선을 돌파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통화정책 변화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달러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2.772로 전 거래일보다 0.86% 올랐다.
특히 장 초반 코스피200선물지수의 급변동으로 8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서 사이드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장기화가 제기됐던 2020년 3월12일과 공매도 금지의 충격을 받았던 2023년 11월6일·7일, 중동전 우려가 제기됐던 지난해 8월5일 등 굵직굵직한 장기 하락장에서 발동됐다.
亞 증시 동반 급락 7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닛케이225지수를 구성하는 대표 종목들이 표시된 전광판에 온통 하락을 의미하는 파란불이 켜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하락이 줄지어 표시돼 있는 타이베이 대만증권거래소의 전광판. 도쿄·타이베이=AFP연합뉴스 |
이에 증권가에서는 이번 글로벌 증시 대폭락이 과거 역대급 폭락장과 비견될 만한 위기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급락은 과거보다 더 큰 규모로, 느끼는 충격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짚었고,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폭락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위기의 원인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변화의 조짐이 없다는 점에서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이드카란?
사이드카란=사이드카는 코스피 기준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코스닥은 6%) 이상 급등 및 급락한 시세로 1분간 지속될 경우 주식시장의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정지시키는 제도다. 프로그램을 통한 대규모 주식 매수 및 매도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킨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서 매매 자체를 정지시키는 서킷브레이커와 차이가 있다.
김건호·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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