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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파월도 무개입…관세가 촉발한 폭락장, 금융위기로 이어질까[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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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글로벌 증시는 공포성 매도세에 폭락하고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초기 때와 비교되는 증시 급락세다. 월가 일부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증시 추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장기간의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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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윤선정



코로나 팬데믹 때 증시 하락폭은 충격적일 정도로 컸지만 미국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풀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면서 단기간에 수습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는 경제 전반을 침체로 몰아 넣으며 증시는 2년 가까이 하락세를 지속했다.

베어 트랩 리포트의 래리 맥도널드는 보고서에서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를 파산시키기로 했던 미국 정부의 결정과 비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결정하면서 평범한 경기 침체가 금융위기로 악화됐고 지적했다.

맥도널드는 "미국 정부는 2008년 9월 리먼의 머리에 총을 쐈고 이에 따른 결과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트럼프 팀도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기하급수적인 불확실성과 1000가지의 알려진 변수를 발생시켰다. 시장은 이를 처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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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다우존스지수 추이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지난주 이틀간 S&P500지수가 10% 이상 폭락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별로 개의치 않으면서 상호관세 시행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6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관세가 부과되기 전 고용지표인 지난 3월 취업자수 증가폭이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는 점을 들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대부분의 미국인이 보유한 퇴직연금 계좌(401k)는 주식과 채권에 60 대 40의 비율로 투자하는데 이는 올들어 5~6% 하락했을 뿐"이라며 "사람들은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증시 하락에 대한 반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정부의 정기적인 무역적자로 인해 초래된 국가 비상사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무역적자는 산업 붕괴와 공동체 공동화, 미국의 부 수조 달러가 외국인의 손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관세와 규제 완화, 세금 인하, 미국 에너지 자유화 등 지금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은 메인 스트리트에서 월 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위대함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시장은 서로 연결돼 있다"며 "증시가 떨어질수록, 정부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요한 붕괴가 일어날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우선 증시가 더 떨어질 수 있다. 많은 금융회사들이 리스크 관리 도구로 최대 손실 예상액(VaR: Value at Risk)을 사용하고 있는데 리스크 요인의 변동성이 커지면 최대 손실 예상액이 커져 매도세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 VaR은 리스크 요인의 변동성을 분석해 산출한 자산가치의 최대 손실액을 의미한다.

변동성 상승으로 매도세가 늘어나면 자산 가치 하락세가 더 심화돼 결국은 수익이 났던 자산까지 팔게 된다. MI2의 전략가들은 "이 단계에서는 수익이 났던 거래까지 손해를 보게 되는 VaR 이벤트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며 "이 때문에 지난 몇 달 동안 큰 폭으로 올랐던 유럽 주식들도 지난주 큰 폭으로 하락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의 위기는 신용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선 엄격한 규제를 받는 은행이 아니라 사금융을 통한 대출이 적지 않아 취약한 부분으로 지목된다.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초 미국 내 사금융을 통한 대출은 1조50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됐다.

BCA 리서치의 전략가인 피터 베레진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대출자들이 왜 은행 대신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행스러운 점은 아직까지 국채시장에서는 별다른 동요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경기 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인 국채로 돈이 몰리며 국채 가격은 오르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가 바뀌어 국채시장까지 급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증시 급락이 전반적인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증시가 무서울 정도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무언가를 고치려면 때로는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무역적자 구조를 고치기 위해서는 관세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증시 폭락은 잠시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4일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공개 연설을 통해 "우리는 현재 통화 스탠스에 대한 어떠한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상황이 좀더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통화정책의 적절한 경로가 어때야 하는지 지금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도, 연준도 증시의 구원자로 등판하지 않으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관세가 글로벌 경제와 기업들의 실적은 물론 금융 시스템에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 증시 바닥을 얘기하는 월가 전문가는 찾기 어렵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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