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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조세이탄광 조선인 유해 발굴…정부 지원 검토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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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유골을 찾기 위해 전문 잠수부가 갱도 입구를 통해 해저갱도로 들어가고 있다.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水非常·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 제공

지난해 10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유골을 찾기 위해 전문 잠수부가 갱도 입구를 통해 해저갱도로 들어가고 있다.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水非常·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 제공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일제강점기 조세이해저탄광에서 대규모 수몰된 조선인 노동자 유해 발굴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가) 현장에 가는 것도 선택 사항으로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가가 어떤 지원을 해야 할 지 정부 안에서 검토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7일 도쿄 참의원(상원) 결산위원회에 출석해 “발굴 현장 상황을 직접 보는 게 상황을 (정부 입장에서)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거나, (유해 발굴을 주도해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납득시키는 데 필요하다면 이 문제를 주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세이해저탄광 노동자 수몰사건은 1942년 2월3일 오전 9시30분께,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도코나미 바닷가 근처 해저탄광에 물이 새어 들어오면서 일어났다. 해안가에서 바다 밑 땅 속으로 2㎞ 가까이 이어진 탄광이 수몰되면서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 183명이 그대로 수장됐다. 이 가운데 조선인 희생자가 136명이나 됐다. 사고 직후 조세이탄광을 운영하던 업체가 참사 현장을 거대한 흙더미로 묻었고, 이후 82년간 갱도 위치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30여년간 진상규명 작업을 벌여온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새기는 모임)이 지난해 10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민들이 모아준 돈을 바탕으로 중장비를 동원해 갱도 입구를 확인했다. 이후 해저 탄광 내부에 전문 잠수부들을 투입해 모두 세차례 유해 발굴 작업을 벌였다. 이날 오쓰바키 유코 사민당 의원은 이시바 총리를 향해 “올해로 전후 80년이 됐지만 조세이탄광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전후 보상 문제들이 남아 있다”며 “원래 모두 국가가 해결했어야 하는 일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는 새기는 모임의 조세이탄광 유해 수습 활동이 전적으로 시민들의 활동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이시바 총리에게 유해 발굴 비용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새기는 모임은 조세이탄광 갱도 발굴과 유해 수습을 위해 두차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249만엔(2억2600만원)의 돈을 모금했다. 수몰된 탄광 내부 장애물 제거와 안전을 위한 광구 보강작업, 전문 잠수부 투입 등으로 이미 3분의 1이상 비용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 탄광 입구에서 열린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식에 한일 시민들과 유가족 등이 모여 있다. 우베(야마구치현)/홍석재 특파원

지난해 10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 탄광 입구에서 열린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식에 한일 시민들과 유가족 등이 모여 있다. 우베(야마구치현)/홍석재 특파원


반면 일본 정부는 애초 수몰 참사 사실 자체는 인정 하면서도 정확한 사고 현장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새기는 모임의 노력을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이후 새기는 모임이 탄광 위치를 찾아내자 ‘발굴 현장 위험성’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발굴 지원을 거부해 왔다.



이날도 일본 정부는 조세이탄광이 해저에서 물에 잠긴 상태인데다, 80년 넘게 구조물이 부식되고 있는 상태를 거론하며 안전성 등을 우려해 발굴 참여에 난색을 드러냈다. 이날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조세이해저 탄광에서 1942년 낙반사고로 일본인 47명과 한반도 출신자 136명 등 183명이 희생된 매우 가슴 아픈 사고였음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함몰사고 있었던 해저에 잠수해 조사·발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전성 문제로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얘기를 후생노동성으로부터 들었다”고 답했다. 하야시 장관은 조세이탄광이 있는 야마구치현 제 3구를 지역구로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가 탄광 관련된 일을 해 탄광노동자들에게 애착을 갖고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의 어머니가 야마구치현 우베 출신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도코나미 바다 위에 일제강점기 조선이 노동자 등이 수몰된 조세이 탄광의 환기구 구실을 했던 \'피야\' 두 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베(야마구치현)/홍석재 특파원

지난해 10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도코나미 바다 위에 일제강점기 조선이 노동자 등이 수몰된 조세이 탄광의 환기구 구실을 했던 \'피야\' 두 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베(야마구치현)/홍석재 특파원


일본 정부는 지난 2005년 한국 정부와 합의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나 사찰 등에서 제공하는 조선인 유골 소재 정보 등을 바탕으로 200여회 실사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하지만 조세이탄광은 새기는 모임과 일부 야당 의원들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별다른 정부 움직임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은 결산위원회에서 “조세이탄광 유골은 해저에 수몰된 상태로 인식하고 있으며, 애초에 유골의 매몰 위치나 경로 등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80여년전 낙반 사고가 발생한 해저에서 조사·발굴의 안전성 우려도 있어 대응 가능한 범위를 초과한 게 아니냐를 설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여지를 열어뒀다. 그는 “(갱도 내부가) 폐쇄된 공간이고 수중 투명도가 매우 나쁜 데다, 또다시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는 등 안전성에 상당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골이 안전한 작업으로 발견돼 유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의 중요성은 잘 인식하고 있지만 안전성을 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시민단체 쪽이) 어느 쪽이든 정중하게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며 “지적한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게 필요한 지 정부가 책임지고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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