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역시 4개월간의 정책 공백 해소라는 호재에도 힘 한번 쓰지 못한 채 연일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증시에서는 이 같은 대폭락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볼 때 당분간 반등의 계기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비관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 2,400 붕괴, 4%대 하락 출발 |
7일 코스피는 오전 9시 12분 코스피200선물지수의 급변동으로 인해 지난해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8개월 만에 사이드카(side car·5분간 프로그램 매매 중단)가 발동됐다.
지수는 장중 내내 4~5%대 급락세를 이어가다 장중 저점에 가까운 137.22포인트(5.57%) 하락한 2,328.20으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1천억원 순매도세로 2021년 8월 13일 2조7천억원 이후 3년8개월 만에 최대 규모 매도 폭탄을 투하했다.
[그래픽] 코스피 추이 |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맞서 중국이 동률 34%의 '맞불 관세'를 예고하자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5% 넘게 급락했다.
전날까지 포함한 주요 지수 누적 낙폭이 9~11%였고, 이틀간 증발한 시가총액은 9천600조원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글로벌 증시 대폭락이 과거 역대급 폭락장과 비견될 만한 위기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도 보고서에서 "최근 급락은 과거보다 더 큰 규모로, 현 시점에서 느끼는 충격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강한 트럼프의 관세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관세 우려는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봤지만, 현재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우려와 맞물려 공포심리가 확대 재생산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초래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변화 조짐이 없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의 주요 배경이다.
자산시장의 붕괴 위기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50개 이상의 국가가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해 문의했다며 기존 정책 기조를 고수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사람들은 미국을 위한 관세가 매우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로 인한 기업 펀더멘털의 악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증시가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통화정책이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에 부응할지도 미지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뉴욕 증시 폭락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고율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를 경고하며 통화정책 변화에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정책이 유지될 경우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세적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트럼프 관세정책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스피 급락에 매도 사이드카 발동 |
다만 글로벌 관세전쟁의 태풍이 몰아치는 한가운데도 희망이 없지는 않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교역 상대국과의 협상 과정에 따라 충격의 정도는 약해질 수 있다.
46%의 초고율 상호관세가 결정된 베트남은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0%로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가 예정된 오는 10일을 앞두고 양국이 갈등 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여전하다.
증시가 극단적 투매 이후 급락분을 만회한 과거 선례들도 참고할 만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폭락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의 공포심이 팬데믹 이후 최대치에 달한 점을 볼 때 낙폭과대 인식에 따른 기술적 반등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강경 일변도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지율 하락 추세 속에서 하반기에는 내년 중간선거 대비를 위해서라도 전략을 선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세전쟁의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곳은 사실 미국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최근 비(非)미국 증시의 상대적 선방에 반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날 폭락장세에 빛이 바래긴 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와 내수 회복 기대감, 대선 국면 돌입에 따른 정책 모멘텀 강화가 관세 충격을 상대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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