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설영우(27, 츠르베나 즈베즈다)에게 세르비아는 좁다. 그가 유럽 무대에 진출하자마자 상위 리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즈베즈다를 떠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세르비아 '맥스벳 스포르트'는 5일(이하 한국시간) "즈베즈다는 올여름에는 주전 수비수 설영우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시즌 후반기 블라단 밀로예비치 감독의 시스템에 완벽히 적응했으며 이번 여름 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설영우는 아랍에미리트(UAE) 알자지라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몇몇 팀 그리고 에이전트를 통해 이적료를 문의한 KAA 헨트의 표적이 되고 있다"라며 "즈베즈다 보드진은 다음 시즌을 위한 스쿼드 구성에서 설영우를 강조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벨기에 리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랭킹 8위에 달하는 무대다. 유럽 5대리그(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와 네덜란드, 포르투갈 다음으로 높은 순위다. 설영우가 뛰고 있는 세르비아 리그(22위)와는 14단계나 차이 난다.
세르비아보다는 벨기에가 유럽 5대리그 진출을 위한 훨씬 좋은 등용문인 셈. 실제로 또 다른 한국 국가대표 홍현석도 지난 시즌까지 헨트에서 활약하다가 지난해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로 이적한 바 있다.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로 이적한 황인범처럼 설영우도 1년 만에 즈베즈다를 떠나 스텝업해도 이상하지 않다.
설영우는 지난해 6월 울산 HD를 떠나 즈베즈다에 합류하며 유럽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적응기도 필요없었다. 그는 곧바로 블라단 밀로예비치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황인범은 머지 않아 페예노르트로 떠났지만, 설영우는 꾸준히 활약을 이어갔다.
이제는 즈베즈다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자원이 된 설영우다. 그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수비진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공격 포인트도 어마어마하다. 설영우는 리그 24경기에서 6골 3도움을 터트렸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8경기 3도움을 기록했다.
벌써 많은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설영우는 군대 고민도 이미 해결했다. 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았고, 지난해 12월 3주간 기초훈사군련도 마쳤다. 여기에 리그 베스트급 활약까지 펼치면서 여러 팀의 시선을 끌고 있다.
즈베즈다도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즈베즈다는 7일 안방에서 열린 2024-2025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30라운드에서 OFK 베오그라드를 3-1로 꺾으며 왕좌에 올랐다.
이날 승리로 즈베즈다는 개막 30경기 무패 행진(28승 2무)을 달리며 승점 86으로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이는 세르비아 1부리그 통산 36번째 우승이자 수페르리가 8연패 달성이다.
아울러 7경기를 남겨두고 정상에 오르며 구단 역대 최단 경기 우승 신기록까지 썼다. 세르비아 최강으로 불리는 즈베즈다도 1945년 창단 이래 30경기 만에 챔피언이 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압도적인 성적이다. 즈베즈다는 리그 30경기에서 106득점 22실점이라는 무시무시한 스탯을 기록 중이다. 말 그대로 따라올 팀이 아무도 없다. 설영우도 전반기엔 주로 왼쪽 수비수, 후반기엔 주로 오른쪽 수비수를 맡으며 구단 역사에 함께했다.
세르비아 현지에서도 설영우를 향한 칭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맥스벳 스포르트는 "즈베즈다는 아시아 무대에서 설영우를 영입한 게 좋은 결정이라고 믿었다. 이는 그의 퍼포먼스로 증명됐다"라며 "설영우는 오그넨 미모비치가 떠나면서 원래 주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으로 돌아갔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에스프레소' 역시 "설영우는 올 시즌 즈베즈다 최고의 영입임이 증명됐다. 그는 후반기 들어 팀 시스템에 완벽히 적응했다"라고 평가했다. '메리디안 스포츠' 역시 "그동안 측면 수비 보강을 위해 노력했던 즈베즈다에 설영우는 완벽한 선택이다. 그는 군사 훈련으로 겨울 훈련을 거의 소화하지 못했지만, 전혀 상관없었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설영우가 워낙 뛰어난 활약을 펼친 만큼 즈베즈다도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설영우 개인 커리어만 생각하면 헨트를 비롯한 더 상위 무대로 이적해 빅리그 입성까지 노리는 게 이상적이지만, 이번 여름에 팀을 떠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맥스벳 프로스트는 "설영우는 즈베즈다의 인기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또한 그는 밀로예비치 감독이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는 선수가 됐다"라며 "대한민국 국가대표 설영우는 베오그라드 생활에 익숙해졌다. 불과 27세인 그는 2027년 6월까지 계약이 남아있고, 7월부터 새로운 UCL 시즌에 참가하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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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츠르베나 즈베즈다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