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선발투수 송승기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송승기(22·LG 트윈스)는 용기를 내어 지난 달 26일 잠실야구장 한화 이글스 더그아웃 근처를 찾아 '우상' 류현진(38·한화)에게 사인을 받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송승기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던 류현진은 이제 송승기가 'LG 5선발'이라는 걸 잘 안다.
류현진에게 직접 사인을 받는 건, 1군 선수의 특권이다.
1군에서 함께 활동해야 더그아웃을 오가며 인사를 나눌 수 있다.
2021년 2차 9라운드 전체 87순위로 LG에 지명된 송승기는 2023년 5월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에 입단하며 군 복무를 했다.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류현진은 2024년 한화로 돌아왔다.
군 복무를 마치고 LG에 합류한 송승기는 2025년 LG 5선발로 낙점됐다.
입대 전 1군에서 단 8경기만 던진 송승기를 시범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5선발로 내정한 건, 파격이었다.
염 감독은 "모든 데이터가 송승기의 5선발 발탁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역할을 빨리 정하는 걸 선호한다"며 "그래야 송승기가 정신적으로도 싸울 준비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하는 LG 송승기 |
송승기는 모든 준비를 잘 마쳤고, 3월 27일 한화와의 선발 데뷔전에서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류현진이 송승기의 역투를 상대 더그아웃에서 지켜봤다.
4일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는 5이닝 7피안타 2실점 하고, 팀 타선의 도움을 받아 1군 무대 첫 승리를 챙겼다.
송승기는 "첫 경기보다 두 번째 경기에서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며 "그래도 대량 실점을 피하고, 선발승을 챙겼다.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다"고 떠올렸다.
4일 KIA전에서는 염 감독과의 비화도 있었다.
염 감독은 송승기가 경기 초반 변화구를 자주 던지는 걸 보고서 "너, 직구 안 던지면 바로 교체한다"고 경고했다.
송승기는 "바로 포수 이주헌과 얘기해서 직구 위주로 투구했다. 결과도 좋았다"고 웃었다.
염 감독은 "송승기는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진다. 그런데 두 번째 등판에서는 자꾸 변화구를 던지며 타자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더라"라며 "송승기는 올해보다 내년,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투수다. 씩씩하게 던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송승기는 "감독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열심히 던지고, 더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송승기, 7이닝 무실점 역투 |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된 송승기는 프로 초기에는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0㎞를 겨우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진다.
송승기는 "백스윙을 크게 하고, 입단 초기와 상무 시절에 체계적으로 훈련하면서 힘도 붙었다"며 "프로에 입단할 때 내가 1군 무대에 서기에는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모든 면에서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구속이 올랐다"고 '간절함'을 구속 상승의 이유로 꼽았다.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다"고 몸을 낮춘 그는 "손주영 선배에게 변화구를 배우고, 임찬규 선배에게 정신적인 조언을 들었다. 앞으로 여러 번 실패를 겪겠지만, 결국에는 성장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의욕도 드러냈다.
LG 선발 송승기, 7이닝 무실점 괴력투 |
송승기는 염경엽 감독, 포수 박동원과 신기한 인연이 있다.
그는 초등학생이던 2014년 6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가 개최한 어린이 투수왕 선발대회에서 우승해 그해 8월 1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넥센 경기의 시구자로 나섰다.
당시 넥센 사령탑이 염경엽 현 LG 감독이었다.
LG 주전 포수 박동원은 당시 넥센 포수로 '송승기 어린이'의 시구를 받았다.
송승기는 "이렇게 LG에서 감독님과 박동원 선배를 만나니, '운명' 같다는 생각도 했다"고 신기해했다.
2군 선수에 머물렀다면 소소한 일화에 그쳤을 11년 전 시구는 송승기가 LG 5선발로 자리 잡으며 '특별한 인연'이 됐다.
'1군 투수' 송승기는 우상 류현진을 만나고, 염 감독, 박동원과 인연을 이어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LG도 '젊은 왼손 선발 자원'의 성장에 반색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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