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초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전날 경기에서는 아버지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55) KT 위즈 코치의 야구를 재현하더니 이번엔 2루타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정후는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 경기에서 3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에 맞서 시애틀은 빅터 로블스(우익수)-훌리오 로드리게스(중견수)-칼 롤레이(포수)-랜디 아로자레나(좌익수)-루크 레일리(1루수)-로우디 텔레즈(지명타자)-딜런 무어(3루수)-라이언 블리스(2루수)-J.P. 크로포드(유격수)를 1~9번 타순에 넣었고 우완투수 브라이언 우를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샌프란시스코는 1회초 로드리게스에게 좌중월 솔로홈런을 맞고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1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을 맞은 이정후는 볼카운트 2B 2S에서 우의 5구 시속 97마일(156km) 포심 패스트볼을 때려 좌전 2루타를 터뜨렸다. 이정후의 시즌 6호 2루타. 이로써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2루타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정후의 2루타로 단숨에 득점권 찬스를 마련한 샌프란시스코는 채프먼이 삼진 아웃에 그치면서 득점을 이루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는 3회초 롤레이에 우월 솔로홈런을 허용, 0-2 리드를 헌납해야 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에게는 4회말 공격이 있었다. 선두타자 아다메스가 중전 안타를 치면서 무사 1루 상황을 맞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볼카운트 1B 2S에서 우의 4구 시속 96.2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때려 좌전 안타를 작렬, 무사 1,2루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이정후는 전날(6일) 시애틀전에서 시즌 첫 3안타를 가동한데 이어 연이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채프먼이 우익수 뜬공 아웃으로 물러나 1사 1,2루 찬스를 이어간 샌프란시스코는 라모스가 우전 적시타를 치면서 1점을 추격했고 야스트렘스키가 시즌 1호 홈런을 역전 3점포로 장식하며 4-2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한방이었다.
이정후의 세 번째 타석은 5회말 공격에서 찾아왔다. 이정후는 2사 2루 찬스에서 우와 풀카운트 접전을 펼쳤고 8구째 들어온 시속 90.5마일 체인지업을 쳤으나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 안타 생산에 실패했다.
이정후는 8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또 한번 타석을 맞았고 우완투수 에두아드 바자르도와 상대했으나 볼카운트 1B 2S에서 4구째 들어온 시속 85.1마일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하면서 삼진 아웃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는 9회초 아로자레나에 좌전 적시 2루타를 맞고 4-4 동점을 허용했으나 9회말 플로레스가 우전 끝내기 안타를 작렬, 5-4 승리를 거두고 파죽의 7연승을 질주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시즌 전적은 8승 1패. 샌프란시스코는 LA 다저스를 제치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정후는 이날 2루타 1개를 추가하면서 시즌 6호 2루타를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2루타 부문 단독 1위에 등극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시카고 컵스의 카일 터커가 2루타 5개로 이정후를 추격하고 있다.
전날(6일) 시애틀전에서는 아버지의 현역 시절을 재현하는 플레이로 주목을 받았다. 이정후는 4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익선상 2루타를 터뜨렸다. 여기에 이정후는 채프먼의 타석에서 3루 도루를 성공, 득점 확률을 높였다. 이정후의 시즌 3호 도루였다. 그러자 채프먼은 좌전 적시 2루타를 작렬했고 3루주자 이정후가 득점, 샌프란시스코가 1점을 따낼 수 있었다.
이종범 코치는 현역 시절 가공할 만한 도루 능력으로 '출루=득점'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1루만 나가도 언제든지 2루와 3루를 훔칠 수 있다는 의미. 이정후 또한 2루타 이후 과감한 3루 도루로 득점 확률을 높이는 장면을 연출, 마치 이종범 코치의 전성기 시절을 보는 듯 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8경기에서 타율 .344(32타수 11안타), 출루율 .400, 장타율 .531, OPS .931 홈런 없이 3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657억원)의 몸값을 드디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후가 보여주는 활발한 타격과 주루 플레이는 샌프란시스코가 왜 7연승을 달리고 지구 1위까지 올라섰는지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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