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내라”고 소리치자, 펭귄이 “우린 사업을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라고 응수하는 밈. X(옛 트위터) 캡처 @P_Kallioniemi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무역거래가 없는 남극 근처 무인도인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까지 10% 관세를 부과해 논란이다. 온라인상에는 펭귄이 시위를 벌이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확산하고 있다.
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 이후 주가는 급락했지만, 밈 주가는 상승했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 등에 올라온 여러 밈을 소개했다.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을 만난 펭귄 밈. X(옛 트위터) 캡처 @CArzrouni |
한 누리꾼은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 펭귄 한 마리를 앉혀놓고 손사래 치는 사진을 게시하며 “펭귄은 정장을 입었지만,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 대한 관세를 피하지 못했다. 아마도 ‘고맙다’고 하지 않아서”라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뒤 주식 시장이 붕괴한 현상을 풍자한 밈. 스레드 캡처 @penguinsagainsttrump |
‘스레드’에서는 ‘펭귄 어게인스트 트럼프’라는 계정이 팔로워 7만5000여 명을 모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계정에는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당신들이 우릴 추방할 수 있겠나. 우린 수세기 동안 얼음을 견뎌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얼음(ice)을 언어유희로 엮은 말장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조롱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계정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뒤 주식 시장이 붕괴한 현상을 풍자한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영상에서 펭귄은 높은 얼음 절벽 위에서 고속으로 수직 낙하한다.
펭귄들이 ‘관세 반대’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도 SNS에 등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내라”고 소리치자, 펭귄이 “우린 사업을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라고 응수하는 이미지도 올라왔다.
관세 부과에 항의 시위하는 펭귄 밈. X(옛 트위터) 캡처 @owenmiller75 |
미국의 정치리스크 연구 및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 회장인 이언 브레머도 밈에 가세했다. 그는 X에 “트럼프의 10% 관세에 항의하는 주민들로 인해 맥도널드 제도에서 전례 없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올리며 펭귄이 대규모로 모인 사진을 공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일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인도양 남부 무인도의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 10% 관세를 매겼다. 남극 대륙에서 약 1700㎞ 떨어진 이 섬은 펭귄, 물개, 바다표범 같은 야생동물만 서식하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6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관세) 목록에서 빠지면 미국을 대상으로 차익 거래를 하려는 국가들이 그 나라를 거쳐 우리에게 제품을 팔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은 2018년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중국은 다른 나라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왔다. 대통령은 이를 지긋지긋해 한다”면서 “대통령은 ‘세계 어느 곳도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이 말도 안 되는 허점을 통해 (미국으로) 물건을 운송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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