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류의 인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 세계의 소비자들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K-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7일 발표한 ‘2025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4년 기준)’ 결과에 따르면 한류 경험자의 1인당 월평균 한국 문화 콘텐츠 평균 소비 시간은 14시간으로 전년 대비 2.3시간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15.3시간으로 다른 연령층 대비 월평균 1~2시간 더 많이 한국 콘텐츠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필리핀(24시간), 태국(20.1시간), 아랍에미리트(19.2시간)의 소비 시간이 길었다.
한류 경험자가 K-콘텐츠를 이용하면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5.4달러(약 2만3000원)로 2023년 10.5달러 대비 4.9달러 증가했다. 특히 한국어(31.7달러), 패션(31.2달러), 뷰티(27.9달러), 음식(23.2달러) 순으로 지출액이 높았다.
모든 콘텐츠에서 월평균 지출액이 2023년보다 늘었는데, 지출액 규모가 큰 패션, 뷰티에서 지출액이 각각 9.3달러, 6.5달러씩 증가했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케이팝’, ‘한식’, ‘드라마’ 순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케이팝’(17.8%)이 2017년 이래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식’(11.8%), ‘드라마’(8.7%), ‘뷰티’(6.4%), ‘영화’(5.6%) 순으로 조사됐다. ‘정보기술(IT)제품·브랜드’(5.1%)는 6위를 기록해 2012년도 조사 이후 처음으로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K-콘텐츠가 마음에 든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년보다 1.5%포인트 상승한 70.3%였다. 이번에는 기존의 드라마, 예능,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출판, 웹툰, 게임, 패션, 뷰티, 음식 11개 분야에 처음으로 ‘한국어’를 추가해 12개 분야를 조사했는데 ‘한국어’에 대한 호감도가 75.4%로 나타나 평균(70.3%)을 웃돌았다.
지역별로는 필리핀(88.9%)이 가장 높은 호감도를 기록했으며 인도네시아(86.5%), 인도(84.5%), 태국(82.7%) 등에서 높은 한류 호감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음악 대중적 인기…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
자국 내 K-콘텐츠 분야별 인기도를 조사한 결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관련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대중적 인기’ 단계에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음식이 53.7%로 가장 높았고, 음악(51.2%), 뷰티(50.8%), 드라마(49%)가 뒤를 이었다. 최근 누리소통망(SNS)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문화를 접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대면으로도 K-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각 분야의 ‘대중적 인기’ 인식률 평균을 보면 2015년 대비 2020년에는 4.4%포인트 상승했고, 2020년 대비 2024년에는 8.2%포인트 올라 상승폭도 커졌다. 한류 경험자의 K-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확산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징어게임’ 시즌2. [넷플릭스]‘오징어게임’ 시즌2 [넷플릭스 제공] |
‘오징어 게임’·‘기생충’ 인기 여전…‘눈물의 여왕’·‘파묘’도 인기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는 4년 연속 ‘오징어게임’(9.7%)이 차지했다. 2위애는‘눈물의 여왕’(6.5%)으로 나타났고, 3위는‘사랑의 불시착’(2.2%)으로 5년 연속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어‘여신강림’(2.1%)과 ‘선재 업고 튀어’(1.8%)가 상위권에 올랐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기생충’(8.3%)으로 5년 연속 1위를 지켰고, ‘부산행’(6.5%)도 여전한 인기를 보였다. 또한 ‘파묘’(4.1%)가 새롭게 순위권에 진입했는데, 특히 문화적으로 가까운 아시아·태평양(5.9%)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선호도 조사에서 ‘눈물의 여왕’,‘선재 업고 튀어’,‘파묘’ 등 2024년 신작들이 순위권에 올라 K-콘텐츠를 시차 없이 접하는 경험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선호 한국 배우로는 ‘이민호’(7.0%)가 2014년 이후 12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2024년 히트작의 주연 배우인 ‘공유’(2.4%), ‘김수현’(2.3%), ‘마동석’(1.5%)의 순위가 상승했다.
최애 가수는 ‘BTS’…블랭핑크·아이유도 인기
최선호 가수·그룹은 ‘방탄소년단(BTS)’이 24.6%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블랙핑크’(12.3%)는 6년째 2위에 올랐으며 ‘아이유’(3.1%), ‘싸이’(2.2%), ‘트와이스’(1.8%)가 차례로 3~5위를 기록했다.
BTS는 미주(34.2%)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고, 블랙핑크는 아시아·태평양(16.2%)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중동 지역에서는 BTS ‘정국’(3.2%)과 ‘지민’(1.3%)이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고, 블랙핑크 ‘리사’(2.6%)는 아시아·태평양에서 5위, ‘로제’(1.0%)는 처음으로 중동 순위권에 포함됐다.
10명 중 7명 “K-콘텐츠 추천 의향”
K-콘텐츠에 대한 추천 의향을 조사한 결과 68.2%가 추천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분야별로는 한국어(78.5%), 예능(75.9%), 게임(75.9%), 드라마(75.4%), 뷰티(75.4%) 순으로 나타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한국어, 게임에 대한 관심도 높음을 나타냈다.
다만 한류의 높아진 인기와 함께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늘어났다.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동의하는지 여부에 대해 37.5%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9%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지역별로는 인도(52.7%), 아랍에미리트(52%) 등이 높게 나타났는데 한류 관심도가 높고 소비가 활발한 곳일수록 부정적 인식에 대한 동의율도 높은 경향을 보였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지난해 12월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연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가장 접하고 싶은 한국 제품·서비스는 ‘식품’·‘관광’
한류 경험자 중 한국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58.9%였다. 이는 2020년 44.1% 대비 14.8%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단기적으로는 등락이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제품별 구매 의향으로는 ‘식품’(66.2%)이 가장 높았고, ‘화장품’(57.1%), ‘가전제품’(55.3%)이 그 뒤를 이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한국 관광’(64.1%), ‘음식점 식사’(64%), ‘전통문화 체험’(54.1%)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제품·서비스의 구매 이유로는 ‘품질’(61.5%)이 가장 높았으며 ‘가격’(43.4%), ‘사용 편리성’(32.6%) 등이 뒤를 이었다. ‘영화·방송에 등장’이 이유라고 응답한 비율은 22.1%로 전년 17.1%보다 5%포인트 증가했다. ‘영화·방송에 등장’을 구매 이유로 선택한 지역 비율은 태국(33.1%), 인도(31.1%), 아랍에미리트(27.5%), 중국(26.9%), 베트남(26.9%) 순으로 높아 K-콘텐츠가 한국산 제품·서비스 구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류가 한국 제품·서비스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선 63.8%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인도네시아(82.7%), 필리핀(81.6%), 인도(79.5%), 베트남(76.3%), 아랍에미리트(75.3%) 등에서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한류 산업 진흥 통해 지속 가능한 한류 확산
문체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류 산업과 한류 연관 산업 진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4월 ‘한류산업진흥 기본법’ 시행과 함께 같은 법 시행령을 제정해 한류 산업 진흥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올해도 한류를 통해 한류 연관 산업의 파급효과를 높이는 해외 종합 한류박람회를 세 차례 열고 한국 문화를 상시 홍보하는 부처 합동 상설 해외홍보관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도 새롭게 운영한다. 국내에서는 대형 한류행사인 ‘마이 케이-페스타(My K-Festa)’를 개최해 지속 가능한 한류 확산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해외 26개국 K-콘텐츠 경험자 2만64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29일~12월 27일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