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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제2의 김연경’으로 불리던 정관장 정호영 “연경 언니 파이프, 기다리고 있었죠…봄 배구 길게 해서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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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의 미들 블로커 정호영의 아마추어 시절의 수식어는 ‘제2의 김연경’이었다. 중3 때 이미 신장이 1m89에 달했던 그를 두고 배구계는 오랜 만에 대형 아웃사이드 히터 재목이 나왔다며 기대에 들떴다. 고교 무대도 평정한 정호영에게 전체 1순위의 영광은 당연했다. 2019~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정관장의 지명을 받았다.

프로 초창기만 해도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오가며 뛰었지만, 공격과 리시브에서 모두 기대 이하였다. 결국 2년차였던 2020~2021시즌부터 미들 블로커로 전향했지만, 시즌 첫 경기에서 무릎이 뒤틀리는 부상을 당해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아웃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김연경과는 조금 궤도가 다른 선수 생활을 보내게 됐지만, 1m90의 신장은 미들 블로커로서는 최적의 신체조건이었다. 5년차였던 2023~2024시즌에 드디어 정상급 미들 블로커로 성장했고, 정관장도 7년 만에 봄 배구에 진출하면서 정호영도 생애 첫 봄 배구 경험에 들떴다. 그러나 그 설렘은 딱 1경기도 가지 못했다. 흥국생명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부상을 당하며 2,3차전은 밖에서 지켜봐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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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시즌. 정호영은 그토록 바랐던 봄 배구 코트를 실컷 뛰어다니고 있다. 주전 중 절반 이상이 부상을 앓고 있을 정도로 모두 몸이 성치 않지만, 가장 정상적인 몸상태로 팀원들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플레이오프 3경기, 챔피언결정전 4경기 모두 개근 중이다. 정관장의 미들 블로커로서 코트 가운데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지난 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도 정호영의 존재감은 반짝반짝 빛났다. 속공(4/7)은 물론 ‘앞차’로 불리는 개인 시간차성의 오픈 공격(6/11)으로 세터 염혜선의 선택지를 넓혀줬다. 55.6%의 성공률로 공격 득점으로만 10점을 냈다. 블로킹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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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전의 승부를 가른 5세트. 정관장의 첫 득점도 정호영의 차지였다. 그것도 정호영의 한때 롤 모델이기도 했던 김연경의 파이프(중앙후위공격)을 혼자 떠올라 막아냈다.

경기 뒤 메가, 염혜선과 함께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정호영은 “인천에서도 지금의 경기력을 발휘해서 더 높은 곳에서 웃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지난 시즌엔 딱 1경기에 불과했던 정호영의 봄 배구는 올 시즌은 다가올 5차전까지 8경기나 된다. 플레이오프 3경기, 챔프전 5경기를 꽉꽉 채워 하고 있다. 정호영에겐 봄 배구에서 뛰는 것 자체가 너무나 즐겁기만 하다. 그는 “봄 배구를 길게 하고 있는 게 행복하다. 챔프전보다는 플레이오프가 훨씬 더 떨렸던 것 같다. 챔프전은 1,2차전을 내주면서 오히려 부담없이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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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트 첫 득점으로 기록된 김연경의 파이프 봉쇄에 대해 질문이 나왔다. 정호영은 “마음을 먹고 있었다. 메가와 부키리치까지 우리 팀에서 가장 신장이 좋은 선수들과 함꼐 전위였기에 사이드 공격은 그들에게 맡기고 1번 자리로 빠지는 파이프만 잡아보자는 마음으로 가운데를 지켰다. 언제 이런 챔프전에서 연경 언니의 공격을 막아보겠어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고희진 감독의 후일담에 따르면 “제가 파이프 막았어요”라며 으스대기까지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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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관장 주전들 중에는 몸이 성한 선수가 거의 없다. 부키리치와 박은진은 지난 2월말 당한 왼쪽 발목 인대 부상에서 봄 배구를 앞두고 가까스로 복귀했고, 염혜선과 메가는 무릎 통증, 노란은 등 근육 손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주전 중에 표승주와 더불어 가장 몸 상태가 괜찮은 선수가 정호영이다. 그는 “저도 몸 상태가 안벽한 건 아니지만, 언니들보다는 괜찮다. 주전 중에 제가 막내라서 더 힘을 내야한다. 지금 언니들이 무릎을 부여잡을 때마다 내 심장도 떨어질 정도다. 혜선 언니가 무릎이 아파서 공을 제가 올리는 한이 있어도 혜선 언니가 코트 위에 있어야 제 마음이 놓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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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챔프전의 주연은 이기든 지든 김연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배구가 배출한 최고의 슈퍼스타인 김연경은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 정호영은 “흥국생명의 서사가 더 많이 나오긴 하지만, 주인공이 정해진 승부란 건 없지 않나. 우리도 우승의 주인공이 되어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는 13년이나 챔프전 우승을 못 해봤다. 흥국생명과 연경 언니만큼이나 우리도 우승을 해야할 동기부여는 충분하다”라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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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제2의 김연경’이라 불리던 유망주에서 이제는 V리그 최고의 미들 블로커로 성장한 정호영. 5차전에서도 그가 포효하는 장면이 많을수록 정관장의 ‘리버스 스윕’ 가능성은 커진다.

대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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