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으로부터 건네 받은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9일(현지시간)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연기 없이 예정대로 발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6일 CBS 뉴스에 출연, "9일 관세가 부과될 것이며, 며칠, 몇 주 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인터뷰에서 '이런 수준의 금융시장 충격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이건 국가 안보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이 나라는 더 이상 의약품을 만들지 않고, 배도 만들지 않고 전쟁을 치를 만큼 충분한 강철과 알루미늄도 없다. 모든 반도체 부품은 해외에서 만들어진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비행기를 탈 수 없고, 우리나라의 반도체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위해 고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거듭 "관세는 부과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것은 농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다른 행정부 관리들이 50개 이상의 국가가 백악관에 협상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협상에 따른 관세 부과의 연기를 의미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이 모든 나라들이 자신들이 우리를 속여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 일을 끝낼 때가 왔다. 문제는 관세만이 아니라는 것으로, 부당한 관행을 멈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상호관세 행정명령에는 '수정권한' 조항이 있어 향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추거나 높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같은 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50여개국에서 협상을 시작할 것을 요청해 왔다고 미 무역대표부(USTR)가 보고했다"고 전하면서 "그들이 많은 관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그런 것인 만큼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연기는 없다"고 거듭 밝히면서 "이 관세는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고 미국이 의약품, 선박, 반도체와 같은 핵심 제품을 더 자급자족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 수출하지 않는, 남극 근처의 허드 맥도날드 제도와 펭귄이 서식하는 무인도까지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목록에서 빠지면, 미국을 대상으로 차익 거래를 하려는 국가들이 그 나라를 거쳐 우리에게 제품을 팔 수 있다"라고 답했다.
러트닉은 "대통령은 2018년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중국은 다른 나라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왔다. 대통령은 이를 알고 있으며, 지긋지긋해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어느 곳도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이 말도 안 되는 허점을 통해 심각하게 물건을 운송할 수 있는 곳으로 삼을 수 있게 내버려둘 수 없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또 관세로 인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상대국이 미국을 대체할 시장과 공급망을 찾을 것이며, 중국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우리에게 물건을 팔고 있다. 미국 경제는 전 세계의 소비자로,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고치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모든 국가 수입품에 기본관세 10%를 5일부터 부과하고, 한국 25%, 일본 24%, 중국 34% 등 약 60개국에는 이를 뛰어넘는 상호관세를 9일 0시 1분부터 부과하는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가별 상호관세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가와 함께 중국이 34% 맞불 관세를 발표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난 4일 미국 주식시장은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락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및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상호관세를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상호관세를 '혁명'에 비유하는 등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그는 "이것은 경제 혁명이고 우리는 이길 것"이라면서 "인내심을 가지라. 쉽지 않을 것이지만, 최종 결과는 역사적인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지난 4일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에 관한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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