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2일을 ‘해방의 날’로 선언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전면적 관세 명령을 발표했다.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10%의 보편관세를 적용하고,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국가에는 더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총 25%의 관세율이 적용되며, 중국 34%, 유럽연합 20%, 일본 24%, 인도 26% 등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2018년의 미중 무역전쟁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공격적인 무역 장벽으로 평가된다. 당시 미국은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평균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특정 국가와 품목을 중심으로 갈등을 벌였다. 그런데도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7년 3.8%에서 2019년 2.8%로 하락했고, 코스피는 2018년에만 17.3% 급락했다. 이번처럼 거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일괄적 관세 정책은 당시보다 더 광범위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전세계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 중이다. 발표 직후 미국 증시에서 S&P500은 4.84%, 나스닥은 5.97% 급락했다. 이번 발표가 단순히 교역국 경제에 충격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의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나아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강해졌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0.16%포인트 하락한 4%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또한 미국 물가 상승 우려로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1.8% 약세를 기록 중이다.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미국은 과거에도 무역 장벽을 통해 외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유도 또는 협상력 제고를 꾀했다. 하지만 트럼프 역시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보복 관세의 악순환과 대공황으로 이어진 역사적 전개를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경기 둔화를 초래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번질 경우, 이는 결국 정치적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조기 협상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그러나 그 가능성과 별개로 전세계 증시의 불확실성은 장기화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서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옮길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단기적으로는 투자비 증가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또한 일본의 경우 부품·소재 중심 정밀 제조업, 유럽은 자동차·화학 등 글로벌 기업군이 포진하고 있는 만큼, 주요국 모두 성장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또한 관세율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율이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실질 관세율의 절반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세계무역기구가 정의한 공식 관세율이 아닌 자의적 해석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지배력 과시를 위한 허구”라고 비판하며, 이번 조치가 1930년대처럼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한다.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채권·금 등 안전자산을 확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또한 주식 포트폴리오 내에서는 고배당주, 필수소비재 등 경기 방어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노출된 해외 주식은 중국, 유럽, 인도 등으로 분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부 자산은 글로벌 인프라 펀드나 리츠(REITs) 등 중위험·중수익 대체투자로 전환하는 것도 유효한 대응이다. 관세 여파가 시장에 선반영된 이후, 증시 반등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방어적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회복 시점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최석원 전 SK증권 미래사업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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