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대한민국 국적의 남성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뒤 국적회복을 신청한 것을 병역기피 의도로 단정해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최근 A 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국적회복 불허 처분 취소소송에서 "피고(법무부장관)가 원고(A 씨)에게 한 국적회복불허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한민국 국적의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A 씨는 만 35세이던 2022년 미국에 입국할 때마다 2차 심사를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에 따라 국적법 15조 1항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다.
그러자 A 씨는 같은 해 11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불허 처분을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를 했다. 하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24년 1월 A 씨의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하자 A 씨는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가 병역법상 입영 의무 등이 면제되는 만 36세를 초과해 국외여행(기간 연장) 허가를 받았고, 국외여행 허가 취소 대상자에 해당하지도 않으므로 이미 병역을 사실상 면제받은 자라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 A 씨가 만 16세이던 2002년 9월경부터 미국 소재 학교에 입학해 교육을 받았고 이후 계속해서 외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거나 연구 과정을 수료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밖에도 △입국심사에서 전자 여행 허가신청서 오기재로 두 차례 입국이 거부된 사실이 있다는 점 △2022년 10월 외국인등록을 마치고 같은 해 11월 구직(D10) 체류자격 허가를 받아 기간을 연장하다가 2024년 2월 전문직 특정 활동(E7) 체류자격 허가를 받아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는 점 △미국 시민권 취득 시점은 이미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만 36세가 되는 날을 도과한 점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해 병역 이행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기도 한 점을 들어 병역기피 의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적회복 허가는 고도의 정책적 판단의 영역에 해당하므로 법무부의 재량권이 인정되고 헌법상 국민의 기본의무인 국방의무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해 대한민국 국적을 자동 상실하거나 외국 국적을 선택한 의혹이 있는 때에는 이를 엄격히 심사해 국적회복을 불허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단순히 병역의무가 있는 남성이 국적을 상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병역의무를 면하게 된 사실관계에서 추단되는 막연한 의심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국적회복을 신청한 사람(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에 대해 병역 기피 목적으로 국적회복을 불허하려면 외국에 체류한 목적, 외국 국적 취득과 대한민국 국적 상실의 각 시기 및 목적과 경위, 외국 국적 취득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강하게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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