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상대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관세 폭격에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붕괴’가 현실화될 위기에 직면했다. 10년 전부터 ‘탈(脫)중국’을 목표로 베트남·인도·멕시코 등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국내 기업들도 이번 관세 파고로 공급망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뚜렷한 ‘관세 피난처’를 찾기 쉽지 않은 데다 글로벌 생산기지 전환에는 물류와 인건비, 규제, 조세 등 다양한 변수들이 얽혀 있어 전략 수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6일 산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를 계기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낮췄다. JP모건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2%에서 0.9%로 0.3%포인트(p) 낮췄다. 씨티는 1.0%에서 0.8%로 0.2%p 내렸고, 한국투자증권은 1.4%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서명된 행정명령을 들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
특히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 등 동남아 대부분 국가에 높은 상호관세율이 적용된 점이 부정적이다. 미국은 중국(34%, 기존 관세율 20% 합산 시 50%), 베트남(46%), 태국(37%), 인도(27%) 등에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이들 지역에서 조립·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공급망을 구축한 기업은 관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많은 제조업 투자가 중국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확산했다. 지난해까지 한국 기업의 베트남 누적 투자 규모는 약 859억 달러(약 126조 원)에 달한다.
전 산업이 비상이다. 최종 제품 생산기지가 베트남인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IT 기기 제조 기반 대부분은 고율 관세국에 자리 잡고 있어 우회 가능 경로도 대부분 차단됐다. 세트업체들의 수익성 하락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요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의 수출 비중이 큰 국가는 중국(36.5%), 대만(20%), 홍콩(19.6%), 베트남(13.2%) 등의 순이다. 이차전지기업들은 유럽 공장 비중도 높아 가동률 상향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완성차와 부품업계는 이번에 화살이 비껴간 멕시코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업들의 미국 내 제조시설 확장을 고려하지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우리 기업이 다수 진출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 조치가 다양하고 일부는 품목별로 차이가 있는 만큼 업계는 공급망 전략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투데이/권태성 기자 ( tskw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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