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뱅 예비인가, MG손보 등도 '민감' 현안
금융위·금감원 내부도 어수선한 분위기
6일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 시세가 안내되고 있다. 뉴스1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리더십 부재로 인한 금융권 혼란은 여전하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7일 시장 개장에 앞서 금융감독원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한국거래소, 산업은행, 은행연합회 등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시장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헌재의 탄핵 선고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어느정도 해소됐지만, 그동안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정책들이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차기 대선이 오는 6월 치뤄질 것이 유력한 가운데 2개월간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대담에서 지분형 모기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6월 로드맵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에도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터라 조기 대선 정국에서 강력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네 번째 인터넷뱅크(제4인터넷전문은행) 선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금융위는 지난달 총 4곳의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해 6월 중 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기 대선으로 예비인가 자체가 유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승인 여부, MG손해보험 매각 무산에 따른 후속처리도 불투명하다. 당초 업계에서는 당국이 우리금융의 조건부 인수를 승인하고 '계약이전' 형태로 MG손보를 타 보험사에 넘길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러나 당국도 조기 대선 전 민감한 현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금융당국 내부도 어수선하다. 금융위는 탄핵 정국으로 과장급 정기 인사가 무기한 미뤄지면서 공석이 발생하는 등 내부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김병환 위원장 취임 이후 단 한 차례의 정기 인사도 없었는데, 조기 대선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기가 2개월 남은 이복현 원장의 거취를 놓고 금감원 내부도 싱숭생숭하다. 이 원장의 수차례 돌출 발언으로 금융위와의 불혈화음이 표면화된 데다 야권에서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조직 전반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차기 원장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