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생산 전략 엇갈리는 車 업계
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는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의 연간 일반 자동차 판매량이 2024년 1600만 대에서 몇 년 내 1450만∼1500만 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미국 내 신차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차 업계는 각기 다른 생존 전략을 펴고 있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인 BMW와 폭스바겐은 각각 다음 달 1일까지만 멕시코산 차량의 관세 비용을 부담하고, 수입 차량에 ‘수입 수수료’를 추가하는 임시방편을 선택했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더 극단적인 대응책으로 수출 자체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JLR)는 4월 한 달간 미국으로의 모든 차량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 일본 닛산 역시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일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의 미국 주문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미국의 완성차 업체들도 동요하고 있다. 앞서 스텔란티스는 관세 발효 직후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미국 내 5개 공장에서 약 900명의 근로자를 임시 해고했다. 포드는 직원 할인 프로그램을 6월 말까지 모든 소비자에게 확대 제공하며 혼란스러운 시장에서 수입차 수요를 끌어오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반도체·전자기기 업계도 추가 관세 공포
반도체 칩은 상호관세 품목에서 제외됐지만 이를 기반으로 제조된 메모리 모듈과 SSD는 관세 대상에 포함돼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메모리 모듈과 SSD는 각각 한국의 대미 수출액 3위와 6위 품목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3일 “반도체 관세 부과도 곧 이뤄질 것”이라고 다음 타깃으로 예고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휘청거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4일 각각 2.60%와 6.37% 하락했고, 미국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도 5∼8%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여파로 미국 내 인공지능(AI) 서버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대규모 AI 투자 계획을 고려할 때 반도체 관세 협상에서 타협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시아 중심의 AI 공급망에 대한 미국 산업계의 반발이 커지면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폰 공급망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미국 현지 아이폰 가격이 30∼40% 뛸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일각에선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같이 ‘애플 제품 유예’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로선 최대 경쟁사와 비교해 차별적 관세를 적용받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절반 이상이 생산되는 베트남에 46%의 관세가 부과돼 대체 생산기지로의 물량 이전도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즉각적인 생산라인 이전은 어렵다”며 “향후 관세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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