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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克伐怨慾 不行焉(극벌원욕 불행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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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호승(好勝)’이란 말이 있다. ‘이기기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본능적인 성취욕을 가진 인간에게 호승의 기질이 있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그러나 호승의 기질이 지나쳐 합리성을 무시한 채 기어이 이기려고만 하면 어짊(仁)에 이를 수 없다. 자기가 한 일은 다 자랑스럽게 여기고 남에 대해서는 원망을 일삼는다면 역시 어짊에 이를 수 없다. 분에 넘치는 욕심 또한 어짊에 이르는 길이 아니다. 공자는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이런 항목들을 정확히 짚어내어 그것을 행하지 않게 함으로써 인을 실천하는 길로 인도했다. 공자가 지금까지도 인류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이유이다.

克:이길 극, 伐:자랑할 벌, 怨:원망할 원, 欲:욕심낼 욕, 焉:어조사 언. 이기려 들기, 자랑하기, 원망하기, 욕심내기를 안 한다면. 27x67㎝.

克:이길 극, 伐:자랑할 벌, 怨:원망할 원, 欲:욕심낼 욕, 焉:어조사 언. 이기려 들기, 자랑하기, 원망하기, 욕심내기를 안 한다면. 27x67㎝.


기어이 이기려 드는 것은 억지일 뿐 결코 자존심이 아니다. 자랑은 오만이고, 원망은 책임전가이며, 욕심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고집함이 없는 떳떳함, 자랑이 없는 겸손, 남 탓을 안 하는 자기 성찰, 불필요한 욕심을 챙기지 않은 청심(淸心, 맑은 마음)을 갖춘다면 어찌 어진 경지에 이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 스스로의 평화로움이 인(仁)이고, 그 평화로움이 남에게 전해지는 것이 곧 인덕(人德)이다. 인으로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 공자는 그런 세상을 꿈꿨다. 우리도 응당 그런 세상을 꿈꿔야 하리라. 막무가내의 고집부터 사라지기를 간절히 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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