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호 주한 베트남 대사
韓기업, 베트남 수출 20% 차지
생산거점이자 핵심 파트너 국가
포괄·전략적 동반자 관계 앞세워
AI·반도체 등 산업 협력 공고히
"글로벌 최저한세는 마땅" 입장
11월 개최 APEC 정상회담서
美에 요구 사항 한목소리 내야
사진= 박범준 기자 |
"우리는 함께 가야 합니다. 혼자서는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부호 주한 베트남 대사(사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예고에 대해 한국과 베트남이 한목소리를 내며 공동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포스코, 효성 등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차이나 리스크'를 피해 대규모 제조기지를 세우고 미국 수출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 46%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제조업계가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전인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주한 베트남 대사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부 대사는 12세기부터 시작된 한국과 베트남의 '천년 인연'을 강조했다.
부 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베트남 정부는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데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며 "이는 상호 이익이 맞닿아 있고, 한국과는 상생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양국의 협력이 향후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고 했다.
부 대사는 33년 전 한·베트남 수교 주역인 부콴 전 베트남 부총리의 장남이다. 부 대사는 "10년간 아세안 관련 업무를 하면서 한국을 오갈 일이 많았다"면서 "한국대사도 자원해서 부임하게 됐다"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음은 부 대사와의 일문일답.
―양국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과 베트남은 모두 주요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처지고, 경제 발전에 대한 열망도 크다는 점에서 많이 유사하다. 양국의 이 같은 공통점은 향후 협력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본다. 한국은 베트남의 1위 투자국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전체 베트남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베트남은 한국 기업에 생산 거점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CSP를 통한 상호 발전을 위해서는 양국 간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 상호 신뢰, 경제 구조 개선, 인적 교류 확대, 그리고 공동의 미래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관세를 무기로 들고 나왔다.
▲최근 관세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무기로 쓰이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생산 기지를 두고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베트남도 상무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부처 관료들이 끊임없이 미국 측과 접촉하며 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장벽은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다. 한국과 베트남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오는 11월 열릴 텐데, APEC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협력해 미국에 요구사항을 한목소리를 낸다면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국내 최대 반도체·인공지능(AI) 행사인 세미콘코리아에 외국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고심하고 있으며 AI, 반도체 기술을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로 보고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고, 베트남은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발전을 이루고자 한다. 삼성의 경우 베트남 반도체 사업에 2025년 1·4분기에만 40억달러(약 5조8012억원)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최저한세(GMT) 정책에 대해 일부 글로벌 기업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이든 다국적 기업이든, 자신이 위치한 국가의 삶에 기여해야 한다. '나는 영원히 세금을 내지 않겠다' 식의 태도는 안 된다. 삼성은 베트남에 진출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이제 단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이나 옷을 나눠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해당 국가에 대한 진짜 기여는 세금 정책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삼성뿐 아니라 인텔, 엔비디아도 이제 최저한세를 내야 한다.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지 한국 기업들의 대베트남 투자에 대해 어떻게 보나.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 중 90% 이상이 한국 공급망을 활용하고 있다. 이게 과연 균형 잡힌 관계일까는 고민해볼 문제다. 한국 기업들 중 몇 곳이나 베트남 현지 공급업체를 사용하고 있는가. 한국이 베트남에 투자하면서 그 부품들 중 몇퍼센트가 베트남 업체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가.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이런 점들을 자문해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 대사는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담을 두고 양국 정상 간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언제든 준비돼 있고, 환영한다"면서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매우 유익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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