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금 가격이 연일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 모니터에 금 시세가 나오고 있다.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 한 돈(3.75g)을 살 때 가격도 전날 기준 60만3000원으로 최고치를 찍으며 60만원을 훌쩍 넘었다. 2025.02.21. ks@newsis.com |
[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금 한 돈(3.75g) 가격이 70만원에 다가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여기에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우려까지 겹치며 금값은 꾸준히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관세 이슈가 이미 금값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단기적으로는 조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6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국내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64만8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가격 부담이 작용하며 다음날 62만2000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값 강세를 이끄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 이후 본격화된 세계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 매입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10% 기본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 조치가 더해지며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웠고, 이로 인해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는 한층 더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금값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내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4일 기준 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10월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은 전주의 7.2%에서 35.6%까지 급등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발표된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일 발표된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로 3개월 만에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 앞서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올라 시장 예상치(2.7%)를 웃돌았고, 실질 개인소비지출 증가율은 0.1%에 그쳐 4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Misery Index(고통지수)가 상승할 때 금 가격도 함께 급등했는데, 금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가장 강한 흐름을 보이는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관세 정책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부정적 심리가 확산되면서 장기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실질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는 금값을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도 "올해 초부터 미국은 경제지표 둔화가 확인되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연내 금 가격 목표치를 기존 3200달러에서 3300달러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금값은 가파르게 오른 만큼,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관세 발표에서 금이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1분기 중 미국으로 몰렸던 금 수요가 되돌려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금값에 하방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금값 급등을 이끌었던 1분기 주요 재료였던 '관세 우려에 따른 선제 수입' 효과는 지난 3일을 기점으로 사실상 종료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금 수입이 급증했고, 이로 인해 런던금시장(LBMA) 등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금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며 "여기에 미국 선물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거래 수요도 금 유입을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 아래서 금·은 등 통화적 성격이 강한 귀금속은 관세가 면제됐다"며 "이에 미국으로 들어갔던 금이 다시 시장에 나오며 금값은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뉴욕상품거래소(COMEX)와 런던금시장협회(LBMA) 간 가격차는 이미 정상 수준으로 회귀했으며, 이는 시장이 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며 "단기적으로는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이 높아 금값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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