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한 지역에 일본 자동자 제조업체 스바루의 판매용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 각국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를 현실화하자 ‘핵심 표적’이 된 일본 자동차 기업이 미국 현지 생산 공장 이전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일본 닛산자동차가 이르면 올여름 미국 판매용 차량 생산 기지 일부를 일본에서 미국으로 돌리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전쟁’ 이후 일본에서 생산하던 자동차 물량을 미국으로 옮기려는 구체적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닛산자동차가 미국 생산 확대를 검토하는 것은 미국 주력 판매 차종인 스포츠실용차(SUV) ‘로그’다. 닛산자동차의 미국 판매량은 약 92만여대였는데, 이 가운데 15% 규모인 15만대를 일본 후쿠오카 공장에서 생산해 왔다. 특히 연간 5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이 공장에서만 한해 로그를 12만대 정도 만들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수입되는 일본 자동차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일본 생산량을 미국으로 돌리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어려운 닛산자동차는 머리가 복잡해지게 됐다. 업체는 2023년 현재 차량 337만대을 생산한 세계 8위 자동차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경영난을 타개할 방안의 하나로 미국 공장에서 차량 생산 규모와 직원들을 축소한다는 방침이었다. 업체가 일본 내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에서만 약 100만대 생산이 유지돼야 하는데, 지난해 경영난으로 이 수치가 66만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관세 정책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거꾸로 미국 생산 공장을 확대 가동하게 쪽으로 바뀌게 됐다. 신문은 “실적 부진에 빠진 닛산자동차가 구조 개혁 방안의 하나로 이번 달부터 미국 공장 생산 라인일부를 줄일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추가 관세 발동에 따라 감산 계획을 철회하고, 미국 현지 공장 생산량을 늘린다는 방침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닛산자동차를 시작으로 다른 일본 자동차 기업들도 일부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돌리는 방안 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 기둥의 하나’로 불리는 자동차산업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주요 기업들의 미국 생산 확대가 일본 국내총생산 하락으로 이어질 뿐더러, 자동차 기업에 의존해온 일본 중견·중소 부품 업체들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시바 시게루 정부는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관련 부처 차관급 간부들을 자동차 관련 지역과 기업 등에 파견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관세 적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과 정부 차원의 협상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5일 최대한 빠르게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로 관세 문제를 협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미국에 제시할 ‘패키지 협상안’을 마련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일본만 (관세 문제에) 예외로 해달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며 “협상을 할 거라면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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