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펜싱대회인 체리블로섬 토너먼트에서 스테파니 터너가 트랜스젠더 여성인 레드몬드 설리번에게 무릎을 꿇으며 기권 의사를 밝히는 모습. [엑스(X·옛 트위터) 캡처]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한 여성 펜싱 선수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트랜스젠더)한 상대 선수와의 대결에서 기권한 것으로 미국 펜싱 대회에서 퇴출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여성 선수에 가해진 조치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펜싱 선수인 스테파니 터너(31)가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와의 경기를 거부하면서 여성 스포츠에서 트랜스젠더 선수 참여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들끓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펜싱대회인 체리블로섬 토너먼트에서 스테파니 터너가 트랜스젠더 여성인 레드몬드 설리번에게 무릎을 꿇으며 기권 의사를 밝히는 모습. [엑스(X·옛 트위터) 캡처] |
터너는 지난달 30일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체리블로섬 토너먼트 예선에서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상대 선수인 레드몬드 설리번이 트랜스젠더 여성인 것을 알게되면서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머리 보호구를 벗으면서 무릎을 꿇었다. 뒤이어 터너는 심판에게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와는 경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터너는 “심판에게 ‘미안하지만 경기를 할 수 없다. 나는 여성이고 상대는 남성인데, 이 대회는 여성 토너먼트다. 상대 선수와 경기를 치르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미국 폭스뉴스에 전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펜싱대회인 체리블로섬 토너먼트에서 스테파니 터너가 트랜스젠더 여성인 레드몬드 설리번를 상대로 기권 의사를 밝힌 것에 심판이 블랙 카드 판정을 내리는 모습. [엑스(X·옛 트위터) 캡처] |
그러나 터너는 심판으로부터 블랙 카드를 받았다. 터너의 행동이 비신사적인 행동이며 심각한 규칙 위반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터너는 레드먼드에게 최대한의 존중을 표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레드먼드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당신과 펜싱을 하진 않겠다. 미안하다’ 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미국 펜싱협회가 여성 선수들의 반대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터너가 경기에서 기권하는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40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온라인상에선 터너에게 블랙카드를 준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테니스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여성 선수가 항의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미국 펜싱 협회는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 NCAA 펜싱 선수인 줄리아나 페셀리도 엑스(X·옛 트위터)에 “전직 펜싱 선수로서 저는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과 경쟁해야 했다”며 “여성 운동선수들은 우리의 삶을 스포츠에 바치지만,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우리의 자리와 미래를 빼앗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터너에게 “이러한 불의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여성들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미국 펜싱협회는 이번 방침에 대해 “터너가 설리번에게 건낸 발언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단지 자격이 있는 상대와 펜싱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펜싱은 해당 규정의 문구를 따르고 참가자들이 국제 수준에서 설정된 기준을 존중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서 논란거리인 트랜스젠더의 경기 출전…트럼프, ‘성전환자, 여성 스포츠 출전금지’ 행정명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내 트랜스젠더들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금지하는 ‘트랜스 여성은 여성 스포츠 출전 금지’ 행정명령과 관련해 연설하는 모습. [AP] |
미국에서 여성 스포츠 경기에 트랜스젠더 남성이 참여하는 것은 오랜 쟁점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취임하면서 이 같은 규칙을 없애기 시작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백악관에서 미국 내 트랜스젠더들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금지하는 ‘트랜스 여성은 여성 스포츠 출전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이들의 여성 경기 출전을 허용한 각급 학교에 모든 연방 지원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트럼프는 이날 서명에 앞서 행한 연설에서 “오늘 내가 한 조처로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 모든 학교는 남자를 여성 스포츠팀에 참여시키거나 (여성) 라커룸을 침범하도록 하면 ‘타이틀 9’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연방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부터 트랜스젠더 보호 조치를 폐지하고, 여성 스포츠에서 트랜스 여성들을 배제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트랜스젠더 운동선수가 경쟁자들보다 불공평한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0일 취임 당일 취임사에서도 자신의 행정부에서 성별은 남성과 여성 2개뿐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