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십리벚꽃길 웨딩로드 이벤트에 참가한 한 커플의 모습(하루채 제공) |
"연인이 함께 걸으면 결혼한대~"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쌍계사'부터 화개장터까지 이르는 경남 하동 '십리벚꽃길'이 '결혼 성지'로 뜨고 있다.
올해 '화개장터 벚꽃축제'에서 처음으로 벚꽃길 일부를 통제하고 무료로 웨딩 촬영을 하는 '웨딩로드'(Wedding Road)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 커플들이 모여든 것이다.
축제를 주최한 하동군 측은 "신청한 커플 대부분이 올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었기에 이 시기에만 가능한 특별한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며 "특히 각 사연에는 벚꽃길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설렘이 담겨 있어서 차마 취소할 수 없었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1200여 그루의 벚나무가 심어진 하동 십리벚꽃길(하동군 제공) |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웨딩 로드에 참여한 커플의 모습(하루채 제공) |
혼례길에서 웨딩로드로 변신
웨딩로드 이벤트에서 선정한 커플은 총 14쌍(28명)이었는데 무려 약 200쌍(400명)이 지원했다. 다들 각기 다른 사연이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결혼'을 꿈꾼다는 것이었다.
십리벚꽃길이 결혼 성지가 된 건 최근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 길은 하동 사람들한테 '혼례길'로 불려 왔다.
이 길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걸으면 '백년해로'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아는 수많은 청춘남녀들은 사랑을 맹세하면서 두 손을 꼭 잡고 낭만적인 이 길을 걷는다.
이러한 배경을 알지 못하고 가도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벚꽃길은 절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끝없는 벚꽃 터널은 여느 특급 호텔의 화려한 꽃장식 부럽지 않다.
십리벚꽃길은 일제강점기인 1931년 도로를 확장하며 지역 유지들이 힘을 합해 1200여 그루의 벚나무를 심은 것이 시초이다. 2000년대 들어 화개천 사이를 두고 반대편 도로가 끝나는 범왕마을과 의신마을까지 가로수로 벚나무를 심어 사실상 4㎞(10리)가 아닌 25㎞의 벚꽃길을 감상할 수 있다.
"내년 축제에 피크닉 하러 오세요"
올해 취소된 '제27회 화개장터 벚꽃축제'는 역대 축제 중 가장 많은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가 예정되어 있었다.
웨딩로드 이벤트는 물론, 일부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통제해 여유롭게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했다.
먹거리는 지난해 큰 호응을 얻은 '하동을 먹다, 하동별맛축제'와 연계해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도록 지역민과 청년들이 만들어 낸 '녹차냉면', '솔잎한우 스테이크', '하동 곶감 솜땀' 등의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특히 길 중간에 벚꽃을 배경 삼아 하천 물소리를 하동 녹차를 즐길 수 있는 '피크닉 존'을 첫선을 보이려 했다. 다도세트가 담긴 피크닉 박스를 무료로 대여해 주는 형태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십리벚꽃길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과 같이 있다는 것"이라며 "도심에서 즐기는 벚꽃길은 많지만 산과 차밭, 하천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벚꽃길"이라고 말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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