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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거기는 안 돼!” SF팬 PTSD 올 뻔… 美 흥분 “이정후가 경기를 구했다”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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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년 정규시즌 첫 경기는 일진일퇴를 주고받는 공방전이었다. 양팀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연장 11회까지 총 19점의 점수가 나왔고, 총 32개의 안타가 터졌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 총력전에서 웃은 팀인 홈팀 샌프란시스코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연장 11회 윌리 아다메스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10-9로 이겼다. 샌프란시스코는 5연승을 질주하며 홈팬들과 승리를 자축했다. 시즌 6승1패로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리고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도 그 승리에 한 몫을 거들었다.

모처럼 홈구장의 팬들과 인사를 나눈 이정후는 이날 선발 3번 중견수로 출전, 6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2삼진을 기록했다. 사실 타격에서 그렇게 빛난 날은 아니었다. 안타 하나와 타점 하나를 올리면서 개막 후 전 경기 출루, 그리고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기는 했지만 타율은 종전 0.278에서 0.250으로, 출루율은 종전 0.381에서 0.333으로 떨어졌다. 0.800 이상을 유지하던 OPS(출루율+장타율) 또한 0.708로 하락했다. 아무래도 시즌 초반이라 한 경기 활약과 부진으로 성적이 크게 오르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정후는 1안타 1타점 이상의 강한 인상을 남기며 홈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수비 때문이었다. 이정후는 이날 두 차례의 좋은 수비를 보여주면서 팀의 실점을 막았다. ‘스탯캐스트’가 타구 속도·비거리 등을 종합해 계산하는 기대 타율에서 두 타구 모두 0.850이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정후의 글러브를 벗어나지 못했다. 공·수·주 모두에서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스카우팅 리포트를 이날은 수비에서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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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야 아웃으로 끝났지만 팬들이나 구단으로서는 지난해 악몽을 떠올릴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모두 펜스까지 갔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지난해 수비 도중 왼 어깨를 다쳐 시즌이 그대로 끝났다. 지난해 5월 13일, 바로 이곳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경기에서였다.

1회 수비 도중 상대의 홈런성 타구를 쫓던 이정후는 마지막 순간 공을 잡기 위해 힘차게 뛰어올랐다. 그러나 애당초 잡기는 어려운 타구였고, 이정후는 점프 도중 펜스에 왼 어깨를 크게 부딪혔다. 공도 잡지 못하고 부상도 당했다. 처음에는 탈구 정도로 여겼지만, 검진 결과 어깨 인대가 크게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고민 끝에 수술대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는 6년 계약을 한 이정후를 두고 모험을 하지 않았다. 빨리 수술을 받고 2025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준비하자고 다독였다.

한 차례 크게 다친 적이 있기에 이정후도 오라클파크에서 약간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을 법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용감했다. 여전히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고, 펜스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시애틀 라이언 블리스가 중앙 담장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이정후는 전력으로 뛰어가 이 타구의 낙구 지점을 잡은 뒤, 마지막 순간 낚아챘다. 탄력을 이기지 못한 이정후는 펜스에 그대로 부딪혔다.

구단이 공유한 이 영상을 본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거기는 안 된다” “지난해가 생각났다”면서 몸서리를 쳤다. 상황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펜스에 부딪히며 충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안전하게 펜스에 부딪혔고, 툭툭 털고 일어서며 이닝을 마쳤다. 오라클파크는 이정후 외에도 외야수들이 펜스에 부딪혀 다치는 사고가 적잖게 있었다. 이에 건의를 받아들여 올해 펜스 안전을 강화했다. 확실히 불펜 쪽 펜스의 안전성이 확보됐고, 펜스 또한 더 푹신해진 감이 있었다. 구단의 노력도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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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이 8-8로 맞선 7회에도 호수비를 선보였다. 시애틀은 선두 딜런 무어와 라이언 블리스가 연속 안타를 쳤고, 이후 희생번트와 고의4구로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칼 랄리의 큼지막한 타구에 득점을 예감했다. 역시 중앙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공으로, 비거리는 무려 391피트(119.2m)였다.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중 4개 구장에는 그냥 넘어가는 타구였다.

그런데 이정후가 마지막 순간까지 이 공을 쫓았다. 뒤로 뛰어야 하고, 낮경기 오라클파크 특유의 햇볕과 싸우면서도 낙구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굉장히 어려운 난이도의 수비였던 가운데 이정후가 마지막 순간 글러브를 뻗어 이 공을 잡아내고 이닝을 마쳤다. 현지 중계진은 “이정후가 경기를 구했다”고 흥분했다.

실제 2사 후라 맞는 순간 세 명의 주자가 모두 스타트를 끊은 상황이었고, 이정후가 잡지 못했다면 100% 3타점 싹쓸이 적시타였다. 그러나 이정후가 이를 잡아내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중계진의 찬사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는 결국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됐고, 샌프란시스코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수비에 대한 불안감을 지운 이정후는 6일 시애틀을 상대로 6경기 연속 안타에 도전한다. 이정후는 올해 5일까지 10번의 수비 시도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100% 성공률을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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