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충격으로 3~4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시가총액 6조6000억달러(약 9600조원)를 날린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경제가 트럼프 관세전쟁으로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월스트리트 베테랑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AP 뉴시스 |
뉴욕 증시가 4일(현지시간) 마감가를 기준으로 이틀 동안 6조6000억달러(약 9600조원) 시가총액을 날린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 증시가 지난 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1주일을 보낸 가운데 막대한 시총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트럼프가 2일 장 마감 뒤 발표한 상호관세가 시장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드러나면서 증시는 3일과 4일 이틀을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 충격에 이틀 동안 뉴욕 증시에서 사라진 시총이 6조6000억달러에 이른다면서 전세계 그 어느 곳도, 어떤 산업도 트럼프의 고강도 관세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시장이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소매업, 수출업체, 수입업체, 또 하이테크, 로우테크, 대형주, 소형주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종목들이 폭락했다.
트럼프 관세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는 뜻이다.
애플, 메타플랫폼스 같은 실리콘밸리 거물들부터 항공기 제작 업체 보잉, 석유업체 데본 에너지 등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이 트럼프 관세 폭탄을 피해 숨을 곳은 아무 데도 없다.
심지어 사모펀드 공룡 아폴로 글로벌 운용, 유나이티드 항공처럼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종목들도 지난 주 시가총액이 20% 사라졌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M7 빅테크는 1주일 동안 시총이 약 1조6000억달러 사라졌다.
투자자들은 혼돈 그 자체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전략가 스티브 소스틱은 “지금 혼란스러워하면서 두렵고 화가 난 사람들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해방의 날’이라고 지칭한 2일 상호관세 발표 일을 앞두고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일주일을 시작했던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자산관리사, 은행가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주말을 맞았다.
트럼프 상호관세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면서 미 경기침체 공포도 급격히 높아졌다.
투자자들은 1년 뒤는 고사하고 한 달 뒤 세계 경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리톨츠자산운용 최고시장전략가(CMS) 캘리 콕스는 “우리는 지금 (스스로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는) 자가 구토를 하고 있다”면서 “지난 1주일 동안 벌어진 일은 그런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 증시 영향력이 큰 제러미 시걸 펜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교수도 4일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95년 만에 최악의 정책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미국이 누가 시키지도 않은 실수, 일어나지 않았어도 될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의 노련한 전문가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시버트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맬릭은 4일 아침부터 고객들의 전화가 쏟아졌다면서 “투자자들은 (트럼프 관세와 관련해) 긍정적인 단 한 개의 보고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맬릭은 “가장 낙관적인 이코노미스트들도 이번 관세 발표 뒤 비관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면서 고객들에게 “멀리 보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시작한 관세전쟁이 1930년대처럼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것이란 우려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을 40%에서 60%로 높였다.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고조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5월 6~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1주일 사이 급격히 높아졌다.
1주일 전 불과 18.5%였던 0.25% p 인하 전망은 트럼프 관세 발표 충격으로 지금은 33.3%로 급등했다.
연준이 금리를 4.15~4.5%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은 같은 기간 81.5%에서 66.7%로 뚝 떨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4일 연설에서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강조하기는 했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처음으로 관세에 따른 경제 충격에 연준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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