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탕이지만 단 맛을 내는 음료를 마실 경우 뇌가 이 단맛을 ‘보상’으로 착각한 뒤, 실제 칼로리가 들어오지 않자 더 많은 음식을 찾게 만들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살을 빼겠다고 마신 무설탕 음료가, 오히려 우리를 더 배고프게 만들 수도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실린 미국 연구팀은 흔히 다이어트용으로 소비되는 무칼로리 감미료 수크랄로스(sucralose)가 뇌의 식욕 회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봤다. 단순히 단맛이 아니라, 뇌가 ‘배고픔’이라는 신호를 어떻게 주고받는지까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추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75명의 건강한 청년들은 체중에 따라 세 그룹(정상·과체중·비만)으로 나뉘었다. 이들은 수크랄로스 음료, 설탕 음료, 그리고 물 중 하나를 무작위로 마신 뒤 뇌 반응을 분석받았다.
핵심은 ‘시상하부’다. 연구팀은 뇌 속 배고픔 센터인 이 부위의 혈류량을 음료를 마시기 전과 후(10분, 35분 후) 측정했다. 동시에 혈당과 인슐린, GLP-1(포만감 관련 호르몬) 수치, 그리고 주관적 배고픔도 함께 기록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설탕을 마신 경우, 시상하부의 활동은 빠르게 줄었다. 배가 찼다는 신호가 뇌에 도달한 것이다. 반면 수크랄로스를 마신 이들은 35분이 지나도 시상하부가 활발했다. 뇌가 여전히 "뭔가 더 먹자"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맛있지만 속았다”…여성과 비만인 뇌는 더 민감
수크랄로스의 영향은 체중과 성별에 따라 달랐다. 정상 체중 참가자에겐 설탕보다 더 큰 시상하부 반응을, 비만 참가자에겐 물보다 더 큰 반응을 유도했다. 과체중 그룹은 그 중간쯤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성별이었다. 여성은 남성보다 측좌시상하부(lateral hypothalamus) 반응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부위는 맛, 동기, 식욕을 조절하는 곳으로, 음식 광고나 냄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은 곧, 여성들이 무설탕 음료를 마신 뒤 더 강하게 음식에 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뇌 스캔에서도 수크랄로스는 시상하부와 전측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사이의 연결을 강화했다. 이는 동기와 보상, 즉 "간식 좀 먹고 싶다"는 욕구와 직결되는 뇌 회로다.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600배나 달지만, 칼로리는 없다. 문제는 뇌가 이 단맛을 ‘보상’으로 착각한 뒤, 실제 칼로리가 들어오지 않자 더 많은 음식을 찾게 만든다는 점이다. 특히 비만 참가자에겐 혈당 상승에 따른 포만감 반응도 무뎠다. 이미 식욕 조절 회로가 손상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무설탕 음료가 배고픔을 억제하기보다 오히려 자극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식욕은 단순한 칼로리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과 보상, 뇌의 기억이 얽힌 복합 시스템이다.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가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리라고 단정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연구팀은 무설탕 음료가 다이어트에 ‘무조건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를 찾았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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