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가운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하루 뒤인 5일 “괴뢰한국에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작년 3월 상공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소식을 하루 만에 내부에 알렸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한국에서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괴뢰한국에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별다른 논평 없이 사실 관계 위주로만 전달했다.
해당 보도는 러시아와 일본, 이란, 예멘 등의 소식과 함께 6면에 게재됐다.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데 따라 의도적으로 한국을 무시한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헌법재판소가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촉발시킨 계엄령 선포와 관련하여 국회의 탄핵을 인용하였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로 촉발된 공포가 파면으로 이어졌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한국 대통령이 탄핵되기는 두 번째이다” 등 외신의 반응을 함께 소개했다.
특히 역시 외신을 인용해 “그간 윤석열의 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한국은 정치적 혼란에 빠져있었다”, “이날의 파면 선고로 윤석열의 짧은 정치경력은 끝났지만 수개월간 한국이 겪은 혼란의 종말은 아닐 것이다”의 내용을 전하며 남측의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 따른 혼란상을 부각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규정 후 내정불간섭, 무시·무관심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며 “비록 외신 보도 형식을 빌렸지만 ‘혼란의 종말을 아닐 것이다’에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포했는데 남한에 대비해 김정은 정권의 우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당장 북한은 남한의 정치적 혼란을 내부적으로 체제결속과 국방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 단결된 군사적 대응과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안정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때는 2시간 20분 만에 비교적 신속히 보도했지만 이번엔 하루가 지난 뒤에야 관련 소식을 전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방문해 종합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저격수보총을 직접 시험사격하는 사진도 게재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이와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정된 4일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찾았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이와 관련 신문은 “김정은 동지께서 4일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의 훈련기지를 방문하고 종합훈련을 지도하였다”며 “군지휘관들의 영접보고를 받고 감시대에서 훈련강령에 따라 여러 특수작전부대 전투원들이 진행하는 종합전술훈련과 저격무기사격경기를 보았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싸움 준비 완성이 국가와 인민에 대한 제일가는 애국심이고 충성심”이라며 투철한 사상 무장을 강조했다.
또 “전쟁마당에서 승리를 담보하는 실전능력은 강도 높은 훈련 속에서 다져진다”며 “특수작전무력을 강화하는 것은 현 시기 우리 군 건설전략의 주요구성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자동보총사격훈련과 저격수보총사격훈련을 지도하고 새로 개발한 저격수보총을 직접 시험사격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이번에 찾은 특수작전부대가 작년 9월 러시아 파병을 앞두고 현지지도한 부대와 동일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양 교수는 “작년 파병 전후 방문과 마찬가지로 이번 방문도 러시아 추가 파병 등 이슈 속에서 특수부대원의 훈련 상황을 점검하고 사기를 진작하고자 한 것”이라면서 “최근 우리 계엄과 탄핵 상황을 보면서 707특임단과 같은 북한의 특수부대 현지지도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