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전광판에 1430원대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되면서 원화 가치가 30원 이상 급등했다. 달러 약세에도 좀처럼 낮아지지 않던 환율이 크게 하락 안정되면서 고환율 우려는 한시름 덜었단 평가가 나온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1467.0원)보다 32.9원 내린 1434.1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1430원 진입한 건 지난 2월 26일(1433.10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서 환율은 장 초반 빠르게 하락폭을 키웠고, 선고 40분 전에 1438원까지 내려갔다.
오전 11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선고 요지를 낭독하면서 파면 결정으로 나아가자 환율은 한때 전날보다 36.8원 낮은 1430.2원까지 떨어졌다.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2년 5개월만에 최대 폭으로 환율이 떨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전날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인용했다.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2일, 12월 14일 탄핵소추안 접수 이후 111일 만이다. 원화 펀더멘탈을 짓누르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일제히 파면 사실을 주요 기사로 보도하면서 “리더십 공백을 종식시킬 길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미국 신정부의 관세정책으로 달러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면서 환율이 안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중에도 우리나라 환율이 높은 수준이었던 이유 중 하나가 정치 불확실성이었는데, 이것이 전날로 해소됐다.
3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전일 대비 1.67% 급락한 102.07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지난해 11월 6일(105.09)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최근 트럼프 정부 인사들은 단기적인 달러 약세는 개의치 않겠단 발언을 이어왔다. 달러가 약세를 보여야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무역수지를 개선할 수 있단 인식이 깔렸다.
세계가 달러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도이치뱅크는 “달러는 지금 신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자본 흐름의 방향 전환은 기축통화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는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달러-원 환율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불확실성 해소와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서 환율상승에 대한 압력은 다소 줄었지만 중국의 대(對)미 보복관세 부과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 고조 등 대외변수에 따른 변동성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한국시간) 새벽 2시 달러-원 환율은 14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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