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무원 "(美 발효일인) 10일 12시1분 34% 대미관세 발효"
"합의 없다" 강경입장 표명 해석..동남아·남미에도 메시지 효과
President Donald Trump and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XXXXXXX at the Great Hall of the People, Thursday, Nov. 9, 2017, in Beijing, China. Trump is on a five country trip through Asia traveling to Japan, South Korea, China, Vietnam and the Philippines. (AP Photo/Andrew Harnik)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격에 대해 이번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한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이 추가로 매긴것과 정확히 같은 36% 관세를 미국산에 추가 부과하기로 했다. 이 관세는 미국이 새 관세를 발효하는 9일 0시1분(미국 현지시간)부터 시작된다. 미국 산업의 아킬레스건인 전략광물 규제도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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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효시점 맞춰 또 크로스카운터.."협상 없다" 메시지 전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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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무원 관세위원회는 "현재 적용되는 관세율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오는 10일 12시1분(중국 현지시간)부터 34%의 추가관세가 부과된다"며 "추가 관세는 감면되거나 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4일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7개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통제하고 드론 제조업체를 포함한 11개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추가했다.
중국 관세위원회는 "미국 관세는 중국의 합법적인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인 괴롭힘의 전형적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은 지난 2월과 3월 초 발효된 트럼프의 관세에 대해서도 즉각 맞불관세와 전략광물인 희유금속 수출통제,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 등으로 대응했었다. 이번 34% 관세에 대해서도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만큼 보복관세가 발표될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엔 이전과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다. 중국은 그간 미국의 관세 발표일이 아닌 발효 당일에 대응 보복관세를 발표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관세 발효일(미국시간 9일, 중국시간 10일)을 한참 앞둔 시점에 보복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등 이른바 '최악 침해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한 10% 일반 관세가 발효되기도 하루 전이었다. 더구나 중국 청명절 연휴 첫 날이기도 했다.
이례적인 중국의 신속 대응을 두고 미국 측에 대해 조기 협상을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어떤 스탠스로 미국에 맞서느냐는 중국과 미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남미나 동남아 국가들에게 일정정도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 이들 국가엔 중국의 대응이 중요한 변수이며, 중국 입장에서도 이들이 트럼프의 관세폭탄에 굴복하느냐 여부는 역시 중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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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베트남 등에도 강력 메시지..中 변수차단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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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주요 일지/그래픽=윤선정 |
멕시코나 베트남 등 중남미와 동남아 국가들은 트럼프 1기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국의 주요한 우회수출 통로였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이들 국가로 일제히 진출하면서 중국의 원료를 이들 국가에서 조립해 미국으로 생산하는 우회로가 가능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번 관세 발표에서 베트남에 46%, 태국에 36%, 인도네시아에 32%, 인도에 26% 상호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멕시코는 이번엔 빠졌지만 지난 2일 이미 25% 관세가 발효된 상태다.
이들이 트럼프의 압박에 못이겨 중국에 불리한 합의를 미국과 체결하는게 중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중-베트남산업서비스연맹 가오전둥 사무총장은 이날 현지언론에 "발효(중국시간 10일)까지 남은 기간 트럼프는 각국과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카드로 관세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중국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주는데, 베트남이나 멕시코 같은 국가들은 중국계 현지 기업을 겨냥한 불리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수를 감안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트럼프 재취임 이후 중국의 주요 국제전략은 미국의 동맹 이반과 이에 따른 중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다. 트럼프가 동맹국들을 포함해 전방위 관세 폭탄을 터트린 이 시점에 중국이 얼마나 세게 대응하느냐는 일부 국가엔 일정 지침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 등 국제기구에 대한 호소를 멈추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WTO가 미국을 혼내줄 것도 아니고, 트럼프는 콧방귀도 뀌지 않지만 WTO에 계속 하소연을 하는데는 명분 확보의 의미가 있다. 중국은 이날도 상무부를 통해 "미국의 이번 상호관세에 대해 WTO에 제소했다"며 "이는 WTO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회원국들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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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대미 제재 효과는 제한적..희토류 등이 더 타격 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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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한 항구에서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들. /사진=신화통신 |
중국은 이미 2차 무역전쟁에 앞서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 2월 1차 관세에 대해 대형 픽업트럭 관세 및 보복관세, 3월 2차 관세에 대해 대두와 육류 등 식료품 관세 및 보복관세로 맞선데 이어 4월 3차 관세엔 가장 큰 34%의 세율과 함께 희토류 수출 규제 카드로 기다렸다는 듯 맞받아친데서 잘 드러난다.
관세의 실질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2024년 미중 양국 무역량 중에서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금액은 1435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4.5% 정도였다. 반면 중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5012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14% 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미국시장의 상징성은 수출비중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같은 세율로 서로 맞받아친다면 타격은 당연히 중국이 더 크게 입게 된다. 대차게 맞서는 중국이지만 미국과 협상 테이블이 조만간 차려질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 첨단기술산업의 아킬레스건 격인 희토류 등 전략광물 대응을 이어가는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영구자석 주요 원료이자 항공우주 필수 소재인 사마륨, 의료영상 조영제 소재인 가돌리늄, 영구자석 강화제인 디스프로슘, 항공기 소재 스칸듐 등 7개 전략광물 대미 수출을 통제키로 했다. 대부분 우주공학이나 방위산업에 꼭 필요한 소재들이다.
대미 기업 제재도 방산 기업에 집중됐다. 드론 기업인 브링스드론은 투척형 통신장비 개발 기업으로 유명하고, 라피드파이트 역시 무인항공시스템 설계 및 제조업체다. 역시 드론기업인 네로스테크놀로지스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6000대 드론 공급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다. 전략컨설팅 및 모의전술 설계기업인 레드식스솔루션스까지 총 11개 기업이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오르며 제재 대상이 됐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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