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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GO' 열풍 일으킨 한인 1.5세

조선일보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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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낸 이규석 작가
부친은 "브라질에 이민 왔으니 브라질 사람처럼 살라" 했다. 소년의 나이 겨우 14세 때였다. 브라질 친구들은 뜻밖에 친절했다. 말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소년의 어깨를 툭 치며 같이 축구를 하자고 했다. 방과 후 그들과 어울리며 포르투갈어를 배웠고 공부도 열심히 해 브라질 최고 명문인 상파울루주립대에 들어갔다. 포르투갈어로 생각하고 꿈도 꾸는 사내가 됐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뇌리를 파고드는 질문 하나. "왜 살아야 하나?"

2007년 30대 중반이 된 그는 이국(異國)에서 숙명처럼 겪어내야 했던 방황과 혼돈의 시간을 녹여 포르투갈어로 성장소설 'GO'(고)를 썼고, 브라질에서 책으로 펴냈다. 어릴 적 아버지가 가출한 후 가슴에 구멍이 난 듯한 상실감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소설 쓰기를 통해 자신을 되찾아간다는 내용이다.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출간 이래 3만부가 팔렸고, 2009년 브라질 연방 교육부가 선정하는 청소년 권장 도서에 올랐다. 작가의 이름은 닉 페어웰(Farewell·사진). 본명은 니콜라스 규석 리(한국명 이규석·42)로 부모를 따라 브라질로 이민 간 한인 1.5세였다.

한국·브라질 공식 이민 50주년을 맞아 이민 후 처음 한국에 온 이규석씨는 4일 서울 광화문에서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GO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소설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데뷔작'GO'(김용재 옮김·비채 펴냄)의 한국어 신간과 함께였다.

그가 브라질에서 배운 건 삶을 사는 즐거움이었다. "브라질에는 가난한 사람이 참 많은데 그 사람들, 되게 즐겁게 살아요. 토요일이 되면 고기랑 맥주를 사고 이웃을 불러서 파티하고 놀아요. 자기 마음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복한 게 브라질 스타일인 거지요."

소설은 작가도 예상치 못한 일로 브라질 전역에 퍼져 나갔다. 자살을 세 번 시도한 16세 브라질 여학생이 'GO'를 통해 삶의 구원을 얻어 부모님 동의 아래 발목에 GO라는 글자를 새긴 것이다. 그 뒤 브라질 청소년들 사이에서 몸에 GO를 새기는 문신 열풍이 몰아쳤다.

그는 "소설 속 브라질 문화가 낯선 분들도 있겠지만 한국의 끈기와 브라질의 유연함을 통해 서로 다른 대륙이 하나로 소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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