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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프 인종 차별 논란, 해외 파장 거센 이유…"의도야 어찌됐든 조롱" [TEN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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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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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키스오브라이프/사진=텐아시아 조준원 기자 @wizard333



그룹 키스오브라이프가 흑인 말투와 헤어스타일을 흉내 내 연출한 라이브 방송 및 숏폼 영상이 퍼지며 인종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키스오브라이프 측은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해외의 부정적 여론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키스오브라이프 소속사 측은 지난 3일 이들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S2엔터테인먼트는 "전날(2일) 업로드된 생일 콘텐츠에서 특정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따르는 표현 및 스타일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소속사는 "해당 콘텐츠는 올드스쿨 힙합 스타일을 바탕으로 제작됐다"며 "결과적으로 특정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고개 숙였다.

문제의 '생일 콘텐츠'는 전날 공개한 멤버 쥴리의 생일 파티 라이브 방송이다. 이 방송에서 키스오브라이프는 흑인 커뮤니티 고유의 말투와 헤어 스타일 등을 흉내냈다. 이에 대해 "흑인 커뮤니티가 겪어온 차별의 역사를 망각한 무지한 차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의 행동이 '단순 문화 및 패션 소비'냐 '인종 차별'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몇몇 누리꾼 사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 일부 대중은 "흑인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것은 문화적 존중의 표현"이라며 "조롱의 의도가 없는 유머를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해외 팬들은 "문화적 맥락을 무시한 소비는 폭력"이라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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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키스오브라이프/사진=텐아시아 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풍자란 힘 있는 자, 권력을 가진 자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것"이라며 "힘이 없는 사람을 흉내 내거나 희화화하는 것은 풍자가 아니라 가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팬들보다 상대적으로 강자의 위치에 있다. 이들이 팬들 사이 존재하는 사회적 소수자 집단의 문화를 가볍게 소비할 경우 의도와 상관없이 조롱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단순히 몰랐다고 해서 면책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상대에 대한 예의와 품격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키스오브라이프는 어찌 됐건 K팝 아이돌 그룹이다. 같은 유색인종이라도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국 사회 내에서 흑인은 소수에 해당한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이런 맥락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대중문화 관계자는 "브레이드나 드랙 헤어처럼 흑인 커뮤니티 고유의 스타일은 흑인들이 하면 비위생적이라는 평가를 받곤 한다. 그러나 흑인이 아닌 사람들이 하면 '힙하다'고 소비되는 현상 자체가 차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구조를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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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수 The Paradice(더 파라다이스) 인스타그램 캡처



흑인 커뮤니티가 자신들의 문화를 다른 문화권이 차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의 아티스트 '더 파라다이스'(본명 송민욱)는 아프로 음악을 기반으로 나이지리아 아티스트들과 협업하고 라디오 및 TV 프로그램 출연을 이어가는 등 현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대중문화 관계자는 "흑인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 그리고 실력을 바탕으로 접근하면 흑인들도 정말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키스오브라이프가 논란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문화에 대한 잘못된 접근 방식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키스오브라이프는 별다른 맥락 이해나 준비 없이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흑인 문화를 소비했다는 것이다. 이는 흑인 커뮤니티가 오랜 차별의 역사를 통해 형성한 정체성과 문화를 '재미'로만 소비했단 비판으로 이어졌다. 키스오브라이프가 지난 3일 낸 사과문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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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키스오브라이프/사진제공=S2엔터테인먼트



김 평론가는 "웃음은 부조리를 비판하고 극복하는 수단이어야 한다"며 "힘없는 사람들의 문화를 조롱하는 웃음은 코미디가 아니라 가학"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양질의 코미디는 가진 자와 부조리한 시스템을 비판해야 한다. 기본적인 교양과 상호 존중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약자를 흉내내고 웃는 것은 문화 차용이 아니라 차별을 재생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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