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을 저질렀다고 강조했습니다. 파면해서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헌재가 전원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도현 기자가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의 밤'을 재구성하며 정리했습니다.
[기자]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이 시작되는 대통령 대접견실입니다.
국무위원들은 영문도 모르고 차례로 불려 왔습니다.
정족수를 겨우 채워, 11명이 한 자리에 모인 건 밤 10시 1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한다는 말을 남기고 5분 만에 자리를 떠났습니다.
국무위원들의 반대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탄핵심판에선 이 자리를 비상계엄을 심의한 적법한 국무회의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계엄에 대한 심의가 이뤄 졌다고 보기 어려워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절차를 모두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의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국무위원들이 부서를 하지 않았는데도 계엄을 선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밤 11시에 발령된 포고령 1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보고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검토했습니다.
첫 머리엔 국회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고 돼 있습니다.
포고령의 위헌성과 위법성은 핵심적인 탄핵 소추 사유였습니다.
헌재는 이 포고령이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결론냈습니다.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국회의 활동을 막는 건 대의민주주의, 권력 분립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포고령이 발령되고, 평온하던 국회에 계엄군이 들이닥친 건 밤 11시 49분 쯤입니다.
계엄군은 창문을 깨고 거침없이 이곳 본청 안까지 들어 왔습니다.
그날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은 모두 합해 737명입니다.
당시 본청에 있는 본회의장에선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군홧발로 본청 안을 누비는 계엄군의 모습은 고스란히 전 국민들에게 생중계 됐습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대가 투입됐다며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군인들을 시민들과 대치하게 한 건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계엄군은 국회보다 먼저 바로 이곳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됐습니다. 선관위 시설 3곳에 투입된 계엄군은 모두 556명.
무장한 계엄군에 선관위는 순식간에 점거 당했습니다.
부정선거의 단서를 찾겠다는 이유였습니다.
영장없이 직원들 휴대전화를 빼앗고 서버가 있는 공간까지 침투했습니다.
계엄군의 선관위 투입은 윤 대통령의 지시였습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영장주의와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결론냈습니다.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위치 추적을 시도한 대상에 전 대법원장과 전 대법관이 포함된 건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선고 요지를 읽으며 민주주의를 9번이나 강조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민주공화국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을 저질렀다고 못 박았습니다.
오늘(4일) 헌법재판관 8명은 윤 전 대통령을 전원일치로 파면하며 그 누구도 국민, 그리고 헌법 위에 서서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여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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