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격적인 상호관세 발표로 미국 자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증시는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부과 결정으로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촉발되고 경제는 침체에 빠질 것이란 공포로 폭락했다.
S&P500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윤선정 |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국 달러 가치도 급락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미국 달러 인덱스는 이날 1.6% 떨어지며 102.20을 나타냈다.(인베스팅닷컴 기준인 그래프와는 차이가 있음.) 안전자산으로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던 금값도 이날 사상최고가를 경신한 뒤 하락했다.
미국 달러 인덱스 올들어 추이/그래픽=이지혜 |
다만 미국 국채로는 자금이 몰리며 수익률이 하락했다. 국채 수익률은 국채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 수익률은 0.181%포인트 하락한 3.72%로 마감했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142%포인트 떨어진 4.05%를 나타냈다.(인베스팅닷컴 기준인 그래프와는 차이가 있음.)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 올들어 추이/그래픽=윤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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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3분기에 경기 침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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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센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데이비드 반센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4월2일) 해방의 날이 지났지만 확실성을 선호하는 주식시장엔 전날 상호관세 발표 전보다 훨씬 더 짙은 불확실성이 드리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현재의 관세율이 유지된다면 올해 2분기나 3분기에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고 증시 역시 침체장에 들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중요한 것은 침체장이 닥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정책에서 일종의 탈피를 모색할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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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올해 금리 인하 4번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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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율이 향후 각국과의 협상으로 일부 완화된다고 해도 관세 정책을 둘러싼 우려로 미국 경제는 침체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향후 금리 인하 전망에 쏠리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발표한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지난해 12월과 마찬가지로 올해 2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반면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트레이더들의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은 4번이 37.8%로 가장 많다. 이어 5번(28.2%)과 3번(21.4%) 순이다. 트레이더들의 금리 인하 기대는 지난 2일 상호관세 발표와 3일 증시 폭락을 거치며 대폭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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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곤란한 상황에서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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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4일 오전 11시45분(한국시간 5일 오전 0시45분)에 '비즈니스 편집 및 기사 작성 발전 협회 연례 컨퍼런스'에서 경제 전망을 주제로 연설한다.
프린시펄 자산관리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시마 샤는 이날 파월 의장의 연설이 "지금의 도전적인 정책 난관을 연준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통찰력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관세 정책은 미국의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을 늘려 지출을 위축시켜 경기 침체 위험을 높인다.
연준으로서는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2가지 목표가 모두 위협받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있을 때는 금리를 인하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가 어렵다. 금리 인하는 물가 상승세를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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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금리 인하 어려운 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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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게 된다. 문제는 연준이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경기 둔화 조짐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금리를 인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연준이 경제가 침체에 빠진 후에야 후행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하드 데이터(취업자수 증가폭 등 경제 여건을 직접 측정한 지표)가 여전히 견조하다며 침체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봤다.
이제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율이 구체적으로 발표되고 소비 심리와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약화되며 증시가 급락하는 등 경제 여건에서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과 현재 경제에 대한 파월 의장의 생각이 바뀌었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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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관세 영향 언급 피해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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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월 의장이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어떤 의미 있는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추상적이고 모호한 입장을 제시하는데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머서 어드바이저스의 CIO인 돈 칼카그니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은 지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특히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그 정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될지, 또 실제 그 정책의 양적 영향이 어떤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급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파월 의장이 관세 영향에 대한 발언은 피해 가면서 발표된 데이터에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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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고용지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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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파월 의장의 연설에 앞서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는 지난달 고용지표가 발표된다. 다우존스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비농업 부문의 취업자수는 14만명으로 지난 2월의 15만1000명 대비 소폭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실업률이 낮은 상태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월 평균 취업자수가 10만~15만명씩 늘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14만명의 취업자수 증가폭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가 된다.
지난 3월 취업자수 증가폭이 10만명을 넘는다면 지난 3월 실업률은 4.1%로 지난 2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우존스 조사에서도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3월 실업률이 4.1%였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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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지표, 어떻든 호재 되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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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레이즈 프라이빗 뱅크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줄리엔 라파그는 "지난달 고용지표는 관세 발표와 다소 상관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지난달 취업자수는 극히 중요하다"며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예상보다 약한 취업자수 증가폭은 미국 경제에 "경종을 울리는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달 고용지표가 고무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증시에 큰 호재가 되진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큰 폭의 관세율 인상이 노동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지난달 고용지표는 "이미 지나간" 데이터로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라파그는 "이런 점에서 지난달 고용지표는 어떻게 나오든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너무 낮은 만큼 투자자들이 지난달 고용지표를 증시의 단기 반등 촉매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약간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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