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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계엄' 반도체도 임박... 삼성보다 SK하닉 낙폭 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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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부터)이 1일 오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반도체 산업에 두번째 몽둥이가 날아든다.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품목별 관세가 아주 곧(very soon) 시작될 거다”라며 태풍을 예고했다.

전날 미국 정부가 발표한 상호관세는 이미 세계 반도체 산업에 펀치를 날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은 대부분 반도체를 간접적으로 수입하므로, 반도체 산업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라고 보도했다. 이미 품목별·국가별 관세 폭탄이 기계류·전자제품·자동차에 떨어졌는데, 여기에는 모두 다량의 반도체가 포함된다. 관세 때문에 이런 제품 가격이 비싸져서 미국 소비자들이 덜 사면, 거기 들어가는 반도체도 덜 팔린다는 거다.

품목 관세가 매겨지기도 전에 반도체 주가가 출렁인 건 그래서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7.81%), AMD(-8.9%), 브로드컴(-10.51%)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가 하락했고, 4일 일본 증시에서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회사인 어드밴테스트(-8.09%), 도쿄일렉트론(-4.63%), 디스코(-4.69%) 등이 급락했다. 최근 제기되기 시작한 데이터센터 과잉 투자 우려에, 관세 폭풍까지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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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마이애미 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매출 63% SK하닉, 주가 낙폭 커



4일 국내 증시에서는 SK하이닉스(-6.37%) 낙폭이 삼성전자(-2.26%)보다 컸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 설비는 한국·중국에, 수출 고객은 미국에 있는 구조다. 회사가 중국 내 보유한 비유동자산은 12조4150억원으로 한국 다음으로 많고, 지난달 인텔 낸드 사업부(중국 다롄 공장 포함) 인수가 마무리돼 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SK하이닉스 매출의 63.4%는 미국에서 나온다. 지난해 엔비디아 대상으로만 11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최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국내 생산하지만, HBM의 재료 격인 D램 메모리는 구형 위주로 40% 가량을 중국에서 만든다. SK하이닉스의 이런 사업 구조는 미국의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을 통제할 때는 강점으로 꼽혔으나, 트럼프 정부가 제재보다 관세를 무기로 들고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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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삼성 ‘中 사업 늘릴까’ 눈치게임



삼성전자는 미·중 사이에서 눈치 게임을 벌인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은 중국에 HBM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기업”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주요 빅테크가 SK하이닉스의 최신 HBM을 싹쓸이하자, 그간 화웨이 등이 삼성에게 구형 HBM을 공급받았다는 것. FT는 삼성이 바이두와 고도화된 인공지능(AI) 칩 협력을 논의했으나, 연초 미국의 강화된 수출 제재가 발효되면서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9년 삼성과 바이두는 AI 칩 개발을 공식 발표했다. 바이두의 1세대 AI 칩 ‘쿤룬 1’은 HBM·파운드리·패키징을 삼성이 전담했다. 이후 2021년 양산한 2세대 칩 역시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했다. 바이두가 지난 2월 출시한 3세대 칩 ‘코어 P800’은 TSMC와 삼성 파운드리가 나눠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FT는 여기에도 삼성 HBM이 탑재됐다고 보도했다.

바이두는 삼성과 협력한 AI 칩을 자사 검색 엔진에 주로 사용해 왔는데, 지난 2월 “코어 P800 3만 개를 통합한 AI 클러스터에서 딥시크 추론 모델을 지원한다”라고 발표했다. 딥시크 이후 중국이 자체 AI 반도체 고도화를 서두르는데, 여기에 필요한 HBM과 파운드리는 아직 자립하지 못한 상태다.

한편, HBM 주력 기지를 대만과 싱가포르(패키징)에 둔 미국 기업 마이크론도 어려운 처지다. 미국에도 메모리 공장을 짓고 있지만, 최근 마이크론은 이 공장들이 D램을 생산하기 시작하는 건 회계연도 2027년(2026년 9월~2027년 8월)일 거라고 했다. 그것도 칩스법 보조금을 순조롭게 받는다는 가정 하에서다. 마이크론 주가는 전날 나스닥에서 16.09% 폭락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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