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봉 감독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1992 바르셀로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주봉 감독의 선임으로 한국 배드민턴 행정과 경기 분야 수장이 모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채워졌다.
지난 1월 23일 당선된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장에 이어 4일 박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되면서 한국 배드민턴을 이끄는 중책도 '전설들'이 나눠서 부담하게 됐다.
'셔틀콕 복식의 전설' 김동문 회장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다.
한국 배드민턴은 역대 올림픽에서 7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 가운데 2개를 김 회장이 챙겨온 것이다.
하지만 누가 한국 배드민턴 '최고 경기인'이냐는 질문에 선뜻 김 회장이라고 답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박 감독의 선수 경력도 그에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남자복식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배드민턴은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따라서 박 전 감독은 '최초의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로 종목 역사에 기록됐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혼합복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장 |
당시 대회 결승에서 박주봉-라경민 조를 꺾고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게 바로 김동문-길영아 조였다.
박 감독은 올림픽 외에도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영오픈에서만 9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2001년 세계배드민턴연맹 명예의 전당(BWF Hall of Fame)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한국 선수로도 기록됐다.
김 회장은 박 감독보다 8년 늦은 2009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2004년 은퇴한 김 회장은 지도자의 길을 밟지 않고 캐나다 유학을 선택했다.
원광대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학계에 머물렀던 김 회장은 대한배드민턴협회장에 당선된 뒤 협회 행정 쇄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구를 수용해 선수 개인 후원을 허용한다는 큰 틀을 세운 뒤 후원액 규모 감소 폭을 줄이려 후원사와 협상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현역 최고 선수 안세영(삼성생명)이 배드민턴 행정의 문제점을 직격한 지난해 9월 출마를 선언해 협회와 선수의 눈높이의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약속한 바 있다.
김 회장이 행정에 매진하는 와중에 박 감독은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을 최대한 높이라는 중책을 받았다.
1996년 선수 생활을 마친 뒤 곧장 지도자 경력을 시작한 박 감독은 영국,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거쳐 2004년 일본 대표팀에 둥지를 틀었다.
올림픽 금메달 손에 넣은 안세영 |
이후 일본 대표팀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며 일본 배드민턴의 부흥기를 열었다.
박 감독 체제의 일본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여자복식 은메달)을 획득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마침내 첫 금메달(여자복식) 수확의 기쁨도 맛봤다.
박 감독은 이제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쥐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는 평소 주변에 '지도자 경력을 끝내기 전 한국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감독과 함께 코트에서 한국 배드민턴의 전성기를 열어갈 주역으로는 단연 안세영이 꼽힌다.
김 회장, 박 감독처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자 단식 '세계 최강' 안세영은 특히 최근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안세영은 올해 들어 20연승을 이어가는 한편,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와 전영오픈까지 4개 대회 연속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박 감독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제 간 인연을 맺은 안세영은 현재 전영오픈 도중 파열된 허벅지 근육을 치료하고 있다.
이달 27일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혼합단체전 수디르만컵을 복귀 무대로 잡고 재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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