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에포크 펴냄, 2만5000원 |
왜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인가. 영국의 저명한 클래식 음악 평론가인 저자 노먼 레브레히트(77)가 드디어 베토벤 전기를 냈다. 평범한 위인전과는 거리가 멀다. 베토벤의 천재성과 30대에 청력을 잃은 비극, 이를 극복해낸 불굴의 의지 등 교양 상식을 구태여 또 설명하는 책은 아니란 얘기다. 그 대신 베토벤의 삶 속 100가지 장면과 그가 만든 곡들을 퍼즐처럼 꺼내 글 100편으로 소개한다. 한국어 출판본 기준으로 글 한 편당 짧게는 2쪽, 길어야 12쪽(6장) 분량이라 음악을 들으며 읽기에 부담이 없다. 각 장은 시간이나 곡 번호 순서를 기계적으로 따르지 않고 '인간 베토벤'의 사랑, 고난, 철학 등 주제별로 엮었다.
2027년은 베토벤 서거 200주년이다. 책은 그 세월 동안 변화해온 베토벤 음악에 관한 해석도 함께 다룬다. 음악학의 어려운 용어나 모호한 설명은 배제하고 베토벤이 실제 남긴 글과 심리학·사회학적 관점을 동원해 그의 세계관을 파고들어간다. 베토벤은 종교·정치·철학에 무관심했지만 그가 만든 음악은 그 무엇보다 인간의 본질을 깊이 파고들었다. 음악 형식에 파격을 시도했을 뿐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혁신적이라고 평가된다.
저자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2020년)을 앞둔 시기였다. 이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시기가 겹쳤다. 그때도 베토벤의 음악은 인류를 하나로 이어주고 성찰과 위로를 건넸다. 베토벤이 남긴 음악들은 같은 곡을 수십 번 들어도 매번 다른 해석과 감동을 준다. 결국 '왜 베토벤인가'는 증명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베토벤일 수밖에 없다'는 잠언인 셈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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