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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치워!" 비틀스 외침에도 … 여전히 굳건한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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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에포크 펴냄, 2만5000원

'베토벤은 저리 치워!(Roll Over Beethoven)'. 1963년 영국 록밴드 비틀스 2집에 실린 이 노래는 흥겨운 기타 전주로 몸을 들썩이게 한다. 전설적 로큰롤 기타리스트 척 베리가 지은 후 비틀스를 비롯한 많은 가수가 '베토벤은 저리 치우고 이 노래를 듣자'는 가사를 따라 불렀다. 여기서 중요한 건 두 가지. 노래가 선언하는 대로 대중적 인기 장르는 클래식에서 로큰롤로, 또 오늘날엔 트로트나 K팝 등 다른 양식으로 대체됐다는 것, 그러나 베토벤은 여전히 굳건하며 클래식의 대명사로 '베토벤'을 명명하는 데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왜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인가. 영국의 저명한 클래식 음악 평론가인 저자 노먼 레브레히트(77)가 드디어 베토벤 전기를 냈다. 평범한 위인전과는 거리가 멀다. 베토벤의 천재성과 30대에 청력을 잃은 비극, 이를 극복해낸 불굴의 의지 등 교양 상식을 구태여 또 설명하는 책은 아니란 얘기다. 그 대신 베토벤의 삶 속 100가지 장면과 그가 만든 곡들을 퍼즐처럼 꺼내 글 100편으로 소개한다. 한국어 출판본 기준으로 글 한 편당 짧게는 2쪽, 길어야 12쪽(6장) 분량이라 음악을 들으며 읽기에 부담이 없다. 각 장은 시간이나 곡 번호 순서를 기계적으로 따르지 않고 '인간 베토벤'의 사랑, 고난, 철학 등 주제별로 엮었다.

2027년은 베토벤 서거 200주년이다. 책은 그 세월 동안 변화해온 베토벤 음악에 관한 해석도 함께 다룬다. 음악학의 어려운 용어나 모호한 설명은 배제하고 베토벤이 실제 남긴 글과 심리학·사회학적 관점을 동원해 그의 세계관을 파고들어간다. 베토벤은 종교·정치·철학에 무관심했지만 그가 만든 음악은 그 무엇보다 인간의 본질을 깊이 파고들었다. 음악 형식에 파격을 시도했을 뿐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혁신적이라고 평가된다.

책은 훌륭한 음악 해설서이자 음반 가이드도 돼준다. 베토벤 음악에 관한 유명 연주자·지휘자의 풍부한 일화와 평론이 하나의 이야기로 유려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캐나다 피아니스트 앤절라 휴잇이 16년에 걸쳐 녹음한 베토벤 소나타 전곡 32곡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아니 피셔와 글렌 굴드, 유자 왕에 이르기까지 피아니스트들이 얼마나 다르게 같은 곡을 연주해왔는지도 덧붙인다.

저자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2020년)을 앞둔 시기였다. 이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시기가 겹쳤다. 그때도 베토벤의 음악은 인류를 하나로 이어주고 성찰과 위로를 건넸다. 베토벤이 남긴 음악들은 같은 곡을 수십 번 들어도 매번 다른 해석과 감동을 준다. 결국 '왜 베토벤인가'는 증명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베토벤일 수밖에 없다'는 잠언인 셈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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