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 걸려있던 봉황기(왼쪽)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의해 내려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성태윤 정책실장·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8명의 수석비서관, 국가안보실 1~3차장이 한 권한대행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파면에 책임을 진다는 취지다.
이들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다음날에도 비상계엄 선포에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한 권한대행에게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정 실장 등은 올해 1월1일에도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에는 최 권한대행이 공석이었던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가운데 2명을 임명한 것에 항의 표시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최 권한대행 역시 사표를 수리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한 권한대행이 이들의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외교·안보 대응을 위해 국가안보실 등의 보좌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7년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청와대 참모들은 사흘 뒤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는데, 황 권한대행은 “국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긴급한 현안 업무를 마무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두 반려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 기간 권한대행을 보좌해야 하지만, 독자적으로 목소리를 내곤 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 가능성을 점치며 내부 업무를 정비해왔다.
한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정면에 태극기와 나란히 걸려있던 봉황기는 이날 파면 결정이 내려진 뒤 약 20분 뒤인 11시40분께에 내려갔다. 봉황기는 대통령을 상징한다. 직무정지 기간에도 과거 윤 전 대통령의 사진을 보여주던 청사 내 대형 화면도 이날 오후 꺼졌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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