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권한대행, 일괄 사표 반려
대통령실, 대통령 상징 '봉황기' 내려
국민의힘 지도부에 미안함과 고마움 전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사건에 대해 인용을 선고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관계자들이 봉황기를 하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4일 선고했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윤 전 대통령은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밝히면서 사실상의 승복 메시지를 전했다.
당초 탄핵안 기각 또는 각하에 기대를 걸었던 대통령실은 충격 속에 특별한 입장 발표 없이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대통령실 실장과 수석급 참모진 전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일괄사의를 표명했지만 반려됐다.
이날 오후 관저에서 윤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만나 "시간이 많지 않기에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단을 통해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면서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란 표현을 시작으로 네 문장의 짧은 입장을 담은 윤 대통령의 이같은 메시지는 사실상의 승복 메시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과 30분간 만난 자리에서 "성원해 준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비록 이렇게 떠나지만 나라가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헌재의 탄핵 인용에 따라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조만간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변 정리와 사저 정비 등을 위해 며칠간 관저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인용 뒤 경호 대비책 등을 마련하느라 헌재 결정 이후 이틀 정도 지난 뒤에야 서울 삼성동 사저로 이동한 바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현안 업무보고와 국무회의 소집,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 등 윤 대통령의 업무 복귀를 대비하던 대통령실의 움직임은 헌재의 파면 선고에 멈춰섰다.
이날 오전 11시22분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약 17분 뒤인 오전 11시 39분께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정면 외벽 앞에 게양된 봉황기는 내려갔다.
국가원수이자 대통령을 상징한 봉황기는 오전 11시 40분께 하기를 시작해 1분만인 11시 41분께 완전히 내려졌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용산 소재 국방부 본관 건물을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기로 하면서, 취임 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청사로 이전해 사용해왔다.
대통령의 공식 행보를 보여주는 영상도 이날 점심시간을 이후로 화면이 꺼졌다.
이같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성태윤 정책실장·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과 장호진 외교안보특별보좌관, 8명의 수석비서관, 안보실 1·2·3차장 등 실장 및 수석급 이상 참모진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으나, 한덕수 권한대행은 대통령실 고위직 참모진들의 일괄 사표를 반려 조치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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