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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직접 본 고교생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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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천 안남고 1학년 7반에서 진행된 학교 민주시민교육(계기교육) 자료. 김원진 기자


“이제 윤석열이 대통령이 아닌 거야?”

인천 안남고 1학년 7반 학생들이 4일 오전 11시22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한다”고 주문을 읽은 직후였다. 어떤 학생은 박수를 쳤고, 파면 선고가 놀랍다는 듯 입을 가리며 “우와”를 외친 학생도 보였다. 어떤 학급은 선고 직후까지 박수나 환호성 없이 숨죽여 지켜봤다.

이날 안남고에선 계기 교육의 하나로 탄핵 심판 선고를 함께 보는 학교 민주시민 교육을 진행했다. 계기 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 없는 소재나 주제를 교육할 필요가 있을 때 진행하는 비정규 교육이다. 1학년 7반 학생 24명은 이날 책상에 교과서 대신 3쪽 분량의 계기 교육 자료와 펜만 올려놨다. ‘학교 민주시민 교육-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라는 제목의 교육 자료가 배포됐다.

이날 수업을 맡은 이광국 교사(49)는 학생들이 마지막에 나올 탄핵 선고 결과에만 집중할까봐 사전에 안내를 했다. 그는 이날 계기 교육이 “단순한 영상 시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사는 선고 영상을 틀기 전 학생들에게 “방송은 음성언어라고 해도 결국 하나의 긴 텍스트”라며 “마지막 주문이 나올 때까진 끝까지 듣고 읽어낸 뒤에 서로의 생각을 나눠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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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안남고 1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시청하고 있다. 김원진 기자


학생들은 오전 11시 헌법재판관들이 심판정에 입장하자 탄성을 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후 22분 동안 스크린과 3쪽 분량의 계기 교육 자료를 번갈아 가며 살펴봤다. 졸거나 딴짓을 하는 학생은 없었다. 설명을 듣다 주변 친구들과 간혹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었다. 이 교사는 쟁점이 바뀔 때마다 주요 발언을 메모했다.

헌재의 선고가 끝나자 이 교사는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5분간 설명했다. 이후 학생들은 계기 교육 자료에 담긴 질문에 답을 써 내려갔다. 이 교사는 헌재의 탄핵 선고 결과를 두고 각자 적은 답을 다 같이 읽게 했다.

학생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 같다”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좋게 받아들여야 한다” “드디어 탄핵이 되었다”고 적었다. 한 학생은 “민주주의 주권자로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했기에 (오늘의 선고가) 실현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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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안남고 1학년 학생이 계기 교육 자료 중 ‘더 생각해 볼 문제’에 답변한 내용. 학생의 동의를 받아 촬영했다. 김원진 기자


부모의 동의를 받아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탄핵 선고 영상 시청은 “낯선 경험”,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했다. 안남고 1학년 A학생은 “평소에 토론까진 하진 않았지만 친구들과 탄핵 관련 뉴스에 나온 이야기들을 공유했다”며 “민주주의에 대해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친구들하고 민주주의를 함께 공유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평소 학교에서 ‘정치적’이라는 딱지가 붙은 주제는 언급하기 어려웠다는 학생도 있었다. 1학년 B학생은 “학교에선 정치 이슈를 공부하고 배우는 게 늘 벽이 있다고 느껴왔다”며 “사회 교과서에서 배웠던 역사적 사건에 함께 참여하고 의견을 나눠볼 수 있어 재밌었다”고 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성장하는 기회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안남고는 교사 재량에 따라 학급별로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과정을 시청했다. 인천시교육청에선 지난 2일 관할 학교에 “민주시민 교육을 자율적으로 실시해달라”며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교육청 등 9개 시도교육청도 탄핵 선고 시청을 권고하거나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을 일선 학교에 알렸다. 이날 수업을 맡은 이광국 교사(49)는 “교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전체 22개 학급 중 얼마나 계기 교육을 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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