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25.04.03 사진공동취재단 |
고율관세 대응 단기 핵심과제위기를 기회로 바꿀 정책 필요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위기를 방어하는 경제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적극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고율 관세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단기적인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상호관세 부과와 앞서 발표된 자동차 관세 부과는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업들의 이익 감소로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와 국가신용등급 하방의 압력을 높인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민감 국가 지정, 비관세장벽 요소 해소, 방위비 분담금 상향 등을 지렛대로 삼아 협상력을 높이려는 압박을 전방위적으로 가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관세 부과만으로도 한국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이 -0.12%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향후 개별 협상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대선 기간과 새 정부 초창기까지 2~3개월 동안은 국가 리더십 부재로 인한 협상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넉 달간 이어진 탄핵정국에 장기화한 내수 침체 대응도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현안이다. 생산·소비·투자 등 지표에서 경기 침체 징후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민생 경기를 반영하는 숙박·음식점업종 생산은 지난 2월 전월 대비 3% 줄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인 2022년 2월(-8.1%) 이후 3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내수 부진의 원인인 건설경기도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이 전년 대비 6.9% 감소했고, 건설기성도 전년 동월 대비 21%나 급감하는 등 하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4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이혜영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내수 부진과 수출 증가세 둔화에 따른 성장세 약화 우려로 전월 대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대선 기간과 차기 정부 초기 2~3개월 중요한 정책 결정이 미뤄지면서경기 회복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씨티은행은 "정치 불안이 경제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화하면 내수 회복세가 약화하고,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기도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정권 교체기로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더 미루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 등 잔뜩 움츠러든 경제 주체들이 경기 회복 속도를 더 늦추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0%대 성장전망 확장기조 우선
경기침체·국가신용하락 압력 내수침체 대응도 중요한 현안
이미 탄핵 정국에서 발생한 국력 손실로 올해 한국 경제가 0%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왔다. 영국 리서치 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지난달 2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0.9%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며 "미약한 정부 지출과 부동산 부문 침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점에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S&P도 한국 올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기존(2.0%)보다 0.8%포인트나 내렸다. 이후 바클레이스(1.4%), HSBC(1.4%), 골드만삭스(1.5%) 등도 글로벌 IB들이 잇달아 한국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줄하향했다.
앞으로 관건은 정치 분열을 빠르게 해소하고 경제 위기 수습을 위한 정책 전환을 새 정부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제시하느냐에 달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고 이후 대선 모드로 접어드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경기가 부양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결국 추경 편성 등신속한 정책 집행으로 경제가 살아날 거란 기대를 경제 주체들에 심어주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적 혼란과 대외 여건 악화로 위축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과 통화 양 측면에서 확장적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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