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 "교체시 손해배상청구 불가피" 엄포
조합 "대우, 입찰보증금 받아가…사업 의지 없어"
사업지연 및 분담금 상승 우려도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대우건설 시공자 지위 재재신임 총회상정 심의의 건'을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후 오는 27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원들에게 대우건설의 시공자 지위 유지 여부를 물을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 /황준익 기자 |
[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대우건설) 교체를 추진하자 조합에 사업비를 대출해준 대주단이 발끈하고 나섰다. 불과 1달 전에 대우건설 연대보증을 통해 약 1680억원을 빌렸는데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면 손해배상청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원들은 대우건설이 수주 당시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교체해야 한다는 측과 이제 와서 교체하면 사업이 지연돼 손해가 막심하다는 측으로 나뉘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조합은 지난달 6일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연대보증을 받아 대주단과 사업비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조합이 시공사 교체에 나서면서 대주단은 지난 2일 조합장을 만났다. 시공사 재재신임총회와 국공유지 PF 대출의 연관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대우건설 시공자 지위 재재신임 총회상정 심의의 건'을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후 오는 27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원들에게 대우건설의 시공자 지위 유지 여부를 물을 예정이다. 대주단은 미팅 직후 조합에 공문을 보내 "금융주선자로서 대출약정시 1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출에 참여한 대주들에게는 차주인 조합이 연대보증인과의 도급계약을 해지한다면 당초 예상했던 수익을 비롯해 회사 자금 계획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손해배상청구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주단은 "공사도급계약서 해지는 참여 대주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고 당사를 통해 해지에 대한 대주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며 "이는 채무불이행 사유에 해당해 60일 이내 치유되지 않을시 기한이익의 상실 선언을 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남2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5㎡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31개동 1537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최근 관리처분인가 준비에 들어갔고 2027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은 한남2구역 재개발 조감도.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 |
대우건설은 2022년 11월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됐다. 수주 당시 '118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고도 제한을 90m에서 118m로 완화하고 층수는 기존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구역을 가로지르는 관통도로 폐지도 공약했다. 이 프로젝트는 롯데건설을 따돌리고 시공사로 선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후 진척이 없었고 이듬해 9월 조합은 대우건설 재신임 총회를 열었다. 대우건설은 1년 유예기간을 요청했고 재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118 프로젝트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서울시가 고도 완화와 관통도로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다.
조합은 118 프로젝트에 책임을 물어 시공사 교체에 나선 것이다. 조합 측은 "대우건설이 '입찰보증금 400억원을 돌려주면 2구역에서 나가겠다'고 했고 조합은 국공유지 PF 대출을 받아 반환했다"며 사업 포기 확약서를 대우건설에 세 번이나 요구했다. 대우건설이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조합은 지난달 7일 국공유지 매입 및 지연이자 673억원과 대우건설 입찰보증금 400억원 등 1073억원을 최초 인출했다.
반면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시공사 교체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비용 손해는 물론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남2구역 한 조합원은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상황에서 시공사가 없으면 인가는 물론 향후 이주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계약을 해지하면 대우건설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텐데 이는 분담금 증액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남2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5㎡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31개동 1537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최근 관리처분인가 준비에 들어갔고 2027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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