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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자국 기업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얽히고설킨 공급망 때문에 관세가 막대한 비용 확대 및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애플이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면 아이폰 가격이 현재보다 30∼40%대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로젠블랫 증권은 최고급 모델인 아이폰16 프로 맥스의 경우 기존 1599달러(약 230만 원)에서 43% 오른 2300달러(약 330만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저렴한 아이폰16 기본 모델은 799달러에서 1142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 창업자도 “애플이 수입 관세를 상쇄하려면 최소 30% 이상 가격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애플은 매년 2억2000만 대 이상의 아이폰을 판매하는데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다. 일부 물량은 베트남, 인도 공장에서 생산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추세지만 마찬가지로 관세에서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상호관세는 중국 34%, 베트남 46%, 인도 27%다. 로젠블랫 증권의 바튼 크로켓 애널리스트는 “관세가 미국 기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과 전혀 반대되는 흐름”이라며 “애플은 최대 400억 달러(약 57조5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제조업에도 먹구름…스텔란티스 900명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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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완성차 등 제조업 전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3일 캐나다와 멕시코 완성차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미국 내 5개 공장에서 약 900명의 근로자를 임시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수입 자동차에 부과한 25% 관세의 후폭풍이다.
스텔란티스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등을 생산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공장을 7일부터 2주간 가동 중단할 계획이다. 지프 모델을 만드는 멕시코 톨루카 공장도 7일부터 이달 말까지 가동을 멈춘다. 윈저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약 수천 명의 시간제 근로자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며, 톨루카 공장의 직원들은 계약 조건에 따라 출근은 하지만 차량 생산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된 캐나다와 멕시코에서의 생산 차질은 미국 내 대량 해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시간주 스털링 하이츠와 워렌의 스탬핑 공장, 인디애나주 코코모의 변속기 및 금속 주조 공장에서 임시 해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이번 결정을 두고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북미 자동차 산업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북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단기적인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규정을 준수하는 부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한다고 발표했음에도 구체적인 세부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USMCA 규정에 따르면 차량 가치의 75% 이상이 북미산 부품으로 구성되면 관세 면제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비미국산 부품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과세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멕시코 자동차산업협회(AMIA)는 최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승용차의 약 8.2%, 자동차 부품의 약 20.4%가 USMCA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자동차 산업은 예상보다 적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유지웅 다올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내 재고를 약 3.2개월 분량 확보해 단기적으로 관세 충격을 흡수할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이나 한국의 자동차 생산은 다소 위축될 수 있으나,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내 재고 수준이 증가해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재고 소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연구원은 이어 “관세 영향과 환율 등 기타 요인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때 현대차와 기아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각각 2조 원, 1310억 원 감소해 제한적인 변화폭을 기대한다”고 예상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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