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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성폭행당한 동상, 가슴만 벗겨졌다"…관광객에 칼 빼든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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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크립웰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 탓 37년 전 아일랜드 더블린에 세워진 여성 동상의 가슴 부분만 표면이 벗겨졌다. 결국 더블린 시의회는 동상을 만지지 못하게 특단의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더블린 시의회는 관광객들이 '몰리 말론' 동상의 가슴만 더듬는다는 시민들의 불만을 접수했다며 관광객들의 접근을 막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동상 옆에 직원들을 배치해 관광객들이 동상을 만지지 못하게 막을 예정이다. 아울러 관광객들의 손길이 지속해서 닿은 탓에 변색된 가슴 부위 표면을 다시 복원할 계획이다.

더블린 시의회 대변인은 "손상과 비용이 많이 드는 수리를 피하기 위해 실내든 실외든 누구도 예술 작품을 만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행사에 관광객들이 동상을 만지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블린 시내의 세인트앤드루스 거리에 있는 몰리 말론 동상은 37년 전 더블린 거리에서 수레를 끌며 생선을 판매한 소녀 '몰리 말론'을 형상화한 것이다.

해당 캐릭터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몰리 말론은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던 시절 아일랜드의 노동 계급자의 비극적인 삶을 상징한다. 가난을 이기기 위해 낮에는 생선을, 밤에는 몸을 팔다가 병에 걸려 숨진 몰리 말론의 사연을 담은 전통 민요 '몰리 말론'도 유명하다.

1988년 세워진 이 동상은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관광객들은 동상의 가슴에 손을 댄 채 사진을 찍거나 여행 가이드가 단체 관광객들을 이끌고 와 가슴을 만지게 했다.

심지어 여행사들은 더블린 여행 상품을 소개하면서 "동상의 가슴을 만지면서 사진 찍으면 다시 이 도시로 돌아올 수 있다. 더블린에서 가장 인기 있고 사진이 많이 찍히는 기념물 중 하나"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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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크립웰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와 관련 동상이 더 존중받을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여온 트리니티 대학생 틸리 크립웰(23)은 시의회의 직원 배치' 대처에 "상당히 근시안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복원 작업에 대해서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환영했다.

크립웰은 동상이 수년에 걸쳐 너무 많이 더듬어져서 가슴이 변색됐다면서 "최근 몇 년간 동상 옆에서 버스킹하는 동안 역겨운 행동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동상은 아일랜드 문화에서 여성을 표현하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인데 관광객들이 더듬는 게 짜증 난다. 가슴을 더듬는 행위는 젊은 세대에게 정말 나쁜 본보기가 된다"며 "아일랜드의 상징인 불멸의 아이콘이 그저 가슴으로만 인식되는 건 매우 잘못됐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더블린에 있는 남성 동상은 모두 그들의 지위를 반영하는 높은 단상 위에 있다"며 시의회에 동상을 더 높은 단상 위에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

또 크립웰은 "몰리 말론은 이미 성폭행당했다. 그녀의 가슴이 변색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예전 동상과 같지 않다"며 "그녀의 가슴이 다른 부분과 다른 색이 되지 않도록 전체적으로 보존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의회 대변인은 크립웰의 요청을 고려하고 있다며 "동상을 옮기거나 단상의 높이를 올리는 등 다른 옵션을 검토 중이다. 현재 비용 견적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옵션은 비용이 많이 들고, 동상 주위에 난간을 두는 건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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