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강제 격리→낙태...청하, ‘비극의 섬’ 소록도에 “마음 아파”(‘꼬꼬무’)

1
댓글0
스타투데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사진lSBS


‘꼬꼬무’가 한센병 환자들이 격리수용 됐던 소록도의 인권 말살의 비밀을 전해 오랜 편견과 차별의 현장이 분노와 오열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낙인-아이를 가질 수 없는 섬’를 주제로 가수 청하, 배우 서영희, 배우 최원영이 리스너로 함께 했다.

이날 방송은 초등학생이었던 이남철이 한센 병력자라는 이유로 부모님과 떨어져 전라남도 고흥군에 위치한 소록도에 강제 격리된 이야기로 시작했다. 당시 소록도는 최대 6천 명이 거주했으며 관리 직원들과 환자들은 철조망으로 나뉘어 있었다.

환자들은 직원과의 거리 규제는 물론 열악한 환경에서 단체 생활을 이어갔고, 결혼을 할 때 남자들은 일명 ‘단종 수술’이라 불렸던 불임 수술을, 여자들은 아이를 임신할 경우 낙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사망 후에는 시신이 해부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소록도 사람들은 “직원들이 쉬는 주말에 죽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 그러나 사실 1970년대 이미 한센병이 유전병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상황. 그러나 소록도의 규범은 바뀌지 않았고, 이곳은 말 그대로 ‘강제 수용소’였다.

그때를 회고한 이남철은 “인간인데 인간 대접도 못 받고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고, 강제 낙태 피해자였던 장인심은 “도살장에 끌려가듯 끌려갔다. 까마귀가 까마귀를 낳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끔찍한 과거를 떠올렸다.

강제 낙태로 세상 밖으로 나온 태아들은 포르말린이 담긴 유리병에 넣어진 채 표본으로 만들어졌고, 결국 방치됐다. 감시의 눈을 피해 태어난 아이는 ‘아직 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뜻의 ‘미감아’로 불리며 부모와 떨어져 소록도 보육소에 강제 입소해야 했다. 서영희는 “상상도 안 간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소록도 보육소의 환경은 열악했고, 아이들은 배고픔에 허덕였다. 보육소의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 부모와의 만남이 있었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2m의 거리 간격을 유지한 채 1시간의 만남을 허용 받았다. 1시간 동안 통곡이 이어진다고 해서 ‘통곡의 신작로’라는 뜻의 ‘수탄장’이라 불렸다.

당시 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되자 서영희는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을 잇지 못했고, 청하는 “너무 달려가고 싶을 것”라며 오열했다. 장성규는 “이를 두고 누군가는 ‘아이를 엄마에게서 뜯어갔다’고 표현했다”며 전했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소록도를 떠나 대구에 위치한 삼육학원으로 강제 진학해야 했고, 한센병 자녀라는 이유로 부모 면회는 물론 고된 생활도 이어졌다.

국내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강제 격리가 일제 강점기인 1916년 시작됐다는 것이 공개돼 놀라움을 안겼다. 일제는 우리나라에 한센병 치료병원인 ‘자혜의원’을 소록도에 세워졌으나 치료보다는 격리에 목적이 있었다. 심지어 일제는 환자들에게 강제노역을 시키거나, 원장의 동상 건립을 위해 돈을 수탈하기까지 했으며, 태평양 전쟁 발발 후에는 환자들이 군수품 생산에도 동원됐고, 환자들이 사망 후에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해부를 당했다.

그러나 해방이 된 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한센병의 전염력은 굉장히 낮고, 1940년대 치료약이 개발됐으며, 소록도 환자들 대부분 완치됐음에도 해부는 1960년대, 강제 격리는 1970년대, 낙태 수술은 1980년대 후반까지 이뤄졌다. 심지어 단종수술은 1992년까지 단행됐다.

이미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를 받은 일본의 사례에 비해 우리나라의 한센병 피해자들은 지난 2013년에 이르러서야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 승소를 끌어낼 수 있었다. 장성규는 “소록도에는 두 가지가 없다. 하나는 아이, 다른 하나는 무덤이었다”며 생을 마친 환자들은 화장됐고 하나의 분봉에 만기가 넘는 유골들이 잠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청하는 “소록도에 대해 이제 안 것 같다. 부끄럽다”고 말했고, 장성규는 “이제라도 그분들이 평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바란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이에 방송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서는 “소록도 이야기 너무 마음이 아프다. 보는 내내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음”, “꼬꼬무 덕분에 소록도를 알게 되었네. 역시나 꼬꼬무는 소중해”, “그 분들이 받고 싶었던 게 그저 ‘인간 대접’이라는 게 너무 슬프고 화가 난다”, “차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 뜻깊은 시간”, “환자도 사람이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는 당연히 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편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 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20분 방송.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뉴스1"도마뱀 500마리, 타조는 툭하면 배변"…'연 매출 8억' 파충류숍 부부 애로
  • 엑스포츠뉴스"5월 결혼" 47세 전현무, 공개 열애 2번→♥보아·홍주연…열애설메이커 [엑's 이슈]
  • 조이뉴스24'김수현 방지법', 국민청원 5만명 넘었다⋯국회서 논의되나
  • 스포츠서울최여진♥김재욱, ‘불륜 커플’ 논란 극복하고 당당한 혼인신고
  • OSEN'조교 출신' 김동준, 재입대 심경…"운명인가 싶었다" (신병3)[Oh!쎈 현장]

쇼핑 핫아이템

AD